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2일 미국 방문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에 귀국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2일 미국 방문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에 귀국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외교부 장관이라는 막중한 자리에서 기를 쓰고 다 하고 있지만 간혹 ‘여성이기 때문에 이런가’ 하는 걸 느낄 때가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날 외교부가 tvN과 함께 진행한 ‘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대화’ 포럼에 참석해 재레드 다이아몬드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교수의 ‘여성이 역량을 발휘할 환경이 미진하다’는 지적에 이렇게 답했다.

강 장관은 “남성 위주의 기득권 문화 속에서 내가 과연 받아들여지고 있나 하는 질문을 스스로 할 때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간부급 인사에서 여성이 적은 외교부가 남성 중심의 문화라고 지적하며 여성 장관으로서의 고충을 토로한 것이다. 그는 “그럴 때마다 그냥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밤에 잘 때 ‘오늘 할 일을 다 했나’에 편한 답을 할 수 있으면 편히 자고 그 다음 날을 대비한다”고 말했다.

외교부의 남성 중심적인 문화도 시간이 지나면 바뀔 것이라는 기대도 드러냈다. 강 장관은 “외교부만 해도 간부급 여성이 드물지만 주니어급에서는 여성이 다수”라며 “시간이 흐르면 어쩔 수 없이 여성이 다수가 되면서 많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여성 외교부 장관인 강 장관의 이 날 발언은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사회의 남녀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나온 여성 장관의 발언이어서다. 이날 방송은 유튜브에서 생중계됐다.

한편 강 장관은 포럼 기조연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소통과 연대의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국가 간에도 국경을 뛰어넘는 코로나19의 전파는 인류가 정말 생명공동체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한 개인, 한 사회,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는 극복될 수 없다”고 말했다.

문화를 중심으로 한 국제 연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강 장관은 “이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서로 배척하고 적대시하는 태도를 버리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며 “공통의 문화적 경험이 사람 간 교류와 공감을 확대하고 차별과 혐오를 극복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