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달앱 2위인 요기요는 2012년부터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특별히 공을 들여 키워온 사업이다. 지난해 본사가 독일에서 운영하던 배달 서비스 사업을 매각하면서도 매각 대금의 일부를 요기요에 재투자했을 정도다. 한국은 배달시장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20조원(세계 4위)에 달하는 ‘배달 대국’인 만큼, 아시아 시장 개척을 위해선 한국 시장 장악이 우선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DH가 지난해 말 40억달러를 투입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기로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DH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통과하지 못할 처지에 몰렸다. 공정위가 DH에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려면 요기요를 팔아라”는 주문을 내놨기 때문이다. DH뿐 아니라 배달앱 업계에선 공정위가 사실상 인수합병(M&A)을 ‘불허’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달앱 1·2위 업체 M&A 물건너가나
공정위가 이런 방침을 정한 것은 DH의 한국 배달앱 시장 독점 우려 때문이다. 현재 배달앱 시장에서는 배달의민족(59.7%)이 절대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 뒤를 요기요(30.0%)가 따르고, 후발 주자인 쿠팡이츠(6.8%)와 위메프오(2.3%)가 추격하는 모양새다. M&A가 만약 조건 없이 승인된다면 DH의 점유율은 90.9%까지 올라간다. 공정위는 DH가 수수료 인하와 할인 등을 통해 경쟁 업체들을 고사시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독과점 논란은 지난해 12월 DH가 우아한형제들 인수 계약을 맺었을 때부터 일었다. 배달앱 수수료를 ‘통행세’로 여기는 여론과 더불어민주당은 공정위에 두 회사의 M&A를 불허하라고 요구해 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앱만 만들면 누구나 시장에 뛰어들 수 있기 때문에 경쟁이 제한되지 않으며, 인터넷 스타트업 기업들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DH는 “공정위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조만간 열리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회사 입장을 적극 설명하겠다”고 했다. DH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 등을 각각 따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DH 관계자는 “공정위가 2009년 국내 오픈마켓 2위 옥션을 운영하던 미국 이베이의 국내 1위 G마켓 인수를 승인했는데 당시 두 기업의 점유율을 합하면 90%에 육박한다”며 “요기요와 배달의민족도 개별 브랜드로 운영하겠다고 했는데도 이런 결정이 나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DH의 이 같은 주장은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DH가 어떤 대안을 제시하더라도 독과점을 막겠다는 공정위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DH가 공정위의 제안을 받아들여 2012년부터 해오던 원래 사업을 매각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DH가 공정위가 제시한 조건을 거부하면 M&A는 무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아한형제들이 M&A 초기 국내 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싱가포르로 법인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안다”며 “다만 사업 기반이 철저히 한국 내수시장이라는 점에서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DH가 공정위 제안을 수용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DH의 점유율은 59.9%가 된다. 이 정도만 해도 압도적이다. 이 경우 쿠팡이츠나 위메프오 등이 요기요를 인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성수영/박종필/노경목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