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각부는 올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이 전 분기보다 5.0% 증가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이런 추세가 1년 동안 지속한다고 가정한 연율 환산 성장률은 21.4%다.

전문가 예상치 18.0%를 웃도는 것일 뿐 아니라 지금과 같은 통계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한 1980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이다. 전 분기 대비 증가율은 1968년 4분기 이후 52년 만에 가장 컸다. 일본 경제가 직전 분기보다 성장한 건 작년 3분기 이후 4분기 만이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2분기 역대 최악의 성장률(-28.8%)을 기록한 것을 감안할 때 경제가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해외 주요국에 비해 회복세가 더디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2분기 GDP가 31.4% 감소한 뒤 3분기에 33.1% 증가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도 2분기 GDP 증가율이 같은 기준으로 -39.5%를 기록했다가 3분기엔 60.5%로 뛰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정상은 “경제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여전히 수비적이어서 회복 속도는 더디다”며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모든 국민에게 1인당 10만엔씩, 총 12조엔(약 127조원)을 쏟아부었지만 3분기 개인소비는 전 분기 대비 4.7% 늘어나는 데 그쳤다. 2분기 17.4% 줄었던 수출은 3분기 7.0% 증가했다. 기업의 설비 투자와 주택 투자는 각각 3.4%, 7.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침체가 이어졌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