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지난해 9월부터 유행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그간 알려진 것처럼 중국이 코로나19 발원지가 아닐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국립암연구소(INT)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이탈리아에서 지난해 9월부터 코로나19가 유행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연구진은 앞서 올 3월에도 "2019년 말 롬바르디에서 평소보다 많은 폐렴과 독감 발병 건수가 보고됐다. 코로나19가 올해 1월이 아닌 그 전부터 발생했을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발병 전 이와 관련된 호흡기 질환 등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바이러스가 다른 곳에서 조용히 유통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INT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 사이 진행된 폐암 검진 연구 자원자 959명 가운데 11.6%가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4명은 작년 10월 첫째 주에 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9월에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것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다.

이전에도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의 연구진이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연구 성과를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그 시점을 더 구체화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가 낮은 치명률로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더 오랫동안 사람들 사이에 퍼져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INT의 의학 전문지 '투모리 저널'(Tumori Journal)에 실렸다.

다만 현지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번 연구의 기반이 된 혈청검사가 오류 확률이 높다는 점을 들어 보다 신빙성 있는 결과를 얻으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연구와 관련해 WHO는 "사용 가능한 샘플에 대한 추가 분석과 연구 결과 검증을 위해 연구 저자와 접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