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 총아' ESS, 어떻게 '손실 보전' 애물단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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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권고에 따라 가동을 중단한 에너지 저장장치(ESS)에 대한 손실 보전 방안을 확정하고 오는 23일부터 신청을 받기로 했다. 전기료 할인특례 기간을 늘려 주고, 보조금 격인 신재생에너지공급 인증서(REC)를 추가 발급해주는 식이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ESS 보급을 급격히 늘린 정부, 최근 전기차 배터리 화재 사고 등으로도 속앓이 중인 LG화학 등 배터리기업을 둘러싸고 화재의 책임 소재와 관련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번에 확정된 손실 보전 대상은 두 가지다. 첫째는 다중이용 시설에 설치된 ESS다. 정부가 지난해 1월 가동 중단을 주로 권고했던 곳이다. 둘째는 공장 등에서 '별도의 전용건물'에 설치돼있지 않은 상태로 운영 중인 ESS 중 정부의 협조 요청에 따라 가동을 중단한 사업장이다. 다만 공통 및 추가 안전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재가동한 곳과 올해 말까지 안전조치를 완료하지 않은 사업장은 손실보전 대상에서 제외된다. 배터리 제조사에서 가동중단에 대해 이미 손실을 보전한 경우도 정부의 중복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정부는 수요관리용 ESS에 한국전력이 가동중단 인정 기간만큼 전기요금 할인특례 기간을 이월하기로 했다. 기존 정부 정책에 따라 ESS 장치에 전기요금 할인특례가 부여됐는데, 중간에 가동을 멈춰 이를 받지 못했던 만큼 당초에 약속했던 만큼은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연계 ESS에는 한국에너지공단이 가동 중단 기간의 ESS 방전량에 해당 기간에 적용된 가중치를 반영해 추가 REC를 발급할 예정이다. 이 역시 기존에 약속했던 보상만큼은 ESS 설치 사업자에게 주자는 취지다.
한전과 에너지공단은 내달 4일까지 가동중단 손실보전에 대한 신청을 받고 내년부터 손실보전을 이행할 계획이다. 자세한 내용은 각 기관 홈페이지에 공고된다. 이에 앞서 산업부는 관련 업계를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를 오는 19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페이토 호텔에서 열기로 했다.
다만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정부와 배터리업계의 시각이 다르다. 수 차례 조사를 거쳐 정부가 구성한 민관합동 조사위원회에서는 '대부분 배터리의 결함 때문'이라는 결론이 났다. 처음부터 정부가 배터리에 책임을 돌린 건 아니었다. 지난해 6월 발표한 조사결과에서는 배터리 결함이 아니라 부실한 설치·관리 때문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고 관련 규제를 강화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추가 화재가 이어지자 정부는 작년 10월부터 2차 민관합동 조사단을 꾸려 조사를 벌였다. 지난해 6월 이후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5건에 대해 조사해온 민관합동조사단은 이 중 4건이 ‘배터리 결함’ 때문이라고 결론냈다. 당시 김재철 공동조사단장(숭실대 전기공학과 교수)은 “작년 8월부터 발생한 5건의 ESS 화재사고 원인을 분석한 결과, 네 건은 배터리 이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나머지 한 건은 이물질이 접촉한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배터리업계는 또 조사단이 분석한 배터리는 화재 현장에 있던 배터리와 같은제품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조사단은 화재가 발생한 제품이 아니라 동일한 시기에 제조된 다른 배터리를 분석했다”며 “조사단의 결론이 맞다면 동일한 배터리가 설치된 ESS에서 모두 불이 나야 하는데 해외를 비롯해 그 어떤 곳에서도 추가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LG화학도 “지난 4개월간 가혹한 환경에서 자체 시행한 실증실험에선 화재 등의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다만 LG화학과 삼성SDI는 매출 일부분을 관련 충당금으로 쌓아두고 있다. 삼성SDI는 충당금에 더해 배터리 화재에 대한 보험을 들어둔 상태다.
이 같은 논쟁은 최근 전기차 배터리 화재 발생에 따른 전기차 리콜 등 사례에서도 비슷하게 반복되고 있다. 화재 원인이 명쾌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배터리업체들이 안전성 강화 방안을 내놓고 이를 수행하는 쪽으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ESS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에서도 문제가 발생한 걸 보면 배터리에 문제가 있는 게 맞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전이 지난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연계용 ESS의 비용 편익(B/C) 분석 지수는 0.0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REC 등 보조금만 쓰고 돌아오는 편익은 미미하다는 얘기다. 산업부는 이런 분석에 대해 "REC 비용은 한전 지출이지 국가 세금에서 지출된 건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공공기관인 한전의 재무상태 악화가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점에서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나왔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정부 "가동중단 ESS에 손실보전"
산업통상자원부는 17일 'ESS 가동중단 손실보전 방안'을 확정하고 오는 23일부터 손실 보전 신청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산업부는 2018년부터 ESS 화재 사고가 잇따르자 지난해 1월 사고 발생 시 대형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다중이용 시설 등에 설치된 ESS에 가동을 멈춰달라고 권고했다. 5개월 뒤인 지난해 6월에는 6월 ESS 화재에 대한 조사 결과와 안전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정부 권고에 따라 ESS 가동을 자발적으로 중단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가동중단 기간에 대한 손실을 보전하겠다"고 발표했다.이번에 확정된 손실 보전 대상은 두 가지다. 첫째는 다중이용 시설에 설치된 ESS다. 정부가 지난해 1월 가동 중단을 주로 권고했던 곳이다. 둘째는 공장 등에서 '별도의 전용건물'에 설치돼있지 않은 상태로 운영 중인 ESS 중 정부의 협조 요청에 따라 가동을 중단한 사업장이다. 다만 공통 및 추가 안전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재가동한 곳과 올해 말까지 안전조치를 완료하지 않은 사업장은 손실보전 대상에서 제외된다. 배터리 제조사에서 가동중단에 대해 이미 손실을 보전한 경우도 정부의 중복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정부는 수요관리용 ESS에 한국전력이 가동중단 인정 기간만큼 전기요금 할인특례 기간을 이월하기로 했다. 기존 정부 정책에 따라 ESS 장치에 전기요금 할인특례가 부여됐는데, 중간에 가동을 멈춰 이를 받지 못했던 만큼 당초에 약속했던 만큼은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연계 ESS에는 한국에너지공단이 가동 중단 기간의 ESS 방전량에 해당 기간에 적용된 가중치를 반영해 추가 REC를 발급할 예정이다. 이 역시 기존에 약속했던 보상만큼은 ESS 설치 사업자에게 주자는 취지다.
한전과 에너지공단은 내달 4일까지 가동중단 손실보전에 대한 신청을 받고 내년부터 손실보전을 이행할 계획이다. 자세한 내용은 각 기관 홈페이지에 공고된다. 이에 앞서 산업부는 관련 업계를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를 오는 19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페이토 호텔에서 열기로 했다.
정부 "화재는 배터리 문제"
한때 신산업 원동력이자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을 극복해 줄 완벽한 대안으로 각광받던 ESS가 어쩌다 정부 지원을 받는 애물단지로 전락했을까. 원인은 화재다. ESS는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장비다. 하지만 2017년 8월 이후 원인불명 ESS 화재사고가 20건 이상 이어졌다.다만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정부와 배터리업계의 시각이 다르다. 수 차례 조사를 거쳐 정부가 구성한 민관합동 조사위원회에서는 '대부분 배터리의 결함 때문'이라는 결론이 났다. 처음부터 정부가 배터리에 책임을 돌린 건 아니었다. 지난해 6월 발표한 조사결과에서는 배터리 결함이 아니라 부실한 설치·관리 때문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고 관련 규제를 강화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추가 화재가 이어지자 정부는 작년 10월부터 2차 민관합동 조사단을 꾸려 조사를 벌였다. 지난해 6월 이후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5건에 대해 조사해온 민관합동조사단은 이 중 4건이 ‘배터리 결함’ 때문이라고 결론냈다. 당시 김재철 공동조사단장(숭실대 전기공학과 교수)은 “작년 8월부터 발생한 5건의 ESS 화재사고 원인을 분석한 결과, 네 건은 배터리 이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나머지 한 건은 이물질이 접촉한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LG화학·삼성SDI는 억울하다지만
LG화학과 삼성SDI는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즉각 반발했다. 단순히 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됐다고 배터리를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지나친 단정이며, 조사단이 확실한 인과관계를 규명하지 못했다는 논리다. 배터리 회사들은 “피부암 환자들의 얼굴에 검버섯이 있다는 이유로 검버섯이 피부암의 원인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배터리업계는 또 조사단이 분석한 배터리는 화재 현장에 있던 배터리와 같은제품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조사단은 화재가 발생한 제품이 아니라 동일한 시기에 제조된 다른 배터리를 분석했다”며 “조사단의 결론이 맞다면 동일한 배터리가 설치된 ESS에서 모두 불이 나야 하는데 해외를 비롯해 그 어떤 곳에서도 추가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LG화학도 “지난 4개월간 가혹한 환경에서 자체 시행한 실증실험에선 화재 등의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다만 LG화학과 삼성SDI는 매출 일부분을 관련 충당금으로 쌓아두고 있다. 삼성SDI는 충당금에 더해 배터리 화재에 대한 보험을 들어둔 상태다.
이 같은 논쟁은 최근 전기차 배터리 화재 발생에 따른 전기차 리콜 등 사례에서도 비슷하게 반복되고 있다. 화재 원인이 명쾌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배터리업체들이 안전성 강화 방안을 내놓고 이를 수행하는 쪽으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ESS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에서도 문제가 발생한 걸 보면 배터리에 문제가 있는 게 맞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정부 정책에도 문제 있어"
정부 정책에도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5월 발간한 '전기저장시스템 보급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정부의 보급 확대 정책에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대표적인게 경제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보급했다는 점이다.한전이 지난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연계용 ESS의 비용 편익(B/C) 분석 지수는 0.0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REC 등 보조금만 쓰고 돌아오는 편익은 미미하다는 얘기다. 산업부는 이런 분석에 대해 "REC 비용은 한전 지출이지 국가 세금에서 지출된 건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공공기관인 한전의 재무상태 악화가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점에서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나왔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