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part.4] 파미셀, 줄기세포 치료제 세계 최초 개발…바이오케미컬로 사업 확장
2011년, ‘하티셀그램-AMI’로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 치료제 시대를 연 파미셀은 두 번째 줄기세포 치료제 ‘셀그램-LC’의 상용화에 다가섰다. 셀그램-LC가 판매 허가를 받으면 파미셀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2종의 줄기세포 치료제를 제품 라인업으로 갖추게 된다.

심장 근육에 혈액 공급이 중단되면 심근 세포가 죽는 심근경색이 일어난다. 심장 기능이 저하되면서 신체 조직에 필요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는 심부전으로 이어지고 환자의 사망률은 1년마다 50% 이상씩 높아진다. 하지만 근본적인 치료법은 심장이식을 제외하곤 거의 없다.

파미셀의 하티셀그램-AMI는 손상된 심근조직의 재생을 목적으로 투여하는 줄기세포치료제다. 심각한 만성 심부전 환자라도 단 1회 치료로 심근조직의 재생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티셀그램-AMI의 주성분은 중간엽 줄기세포다. 중간엽 줄기세포는 지방세포, 연골세포, 심근세포 등으로 다양하게 분화가 가능하다. 하티셀그램-AMI는 새로운 심근세포로 분화해 손상된 세포를 재생하고 심근세포의 생존을 촉진하는 등 복합적인 작용을 한다. 그 결과 좌심실 구혈률을 개선한다. 임상에서 하티셀그램-AMI가 좌심실 구혈률을 5.9%포인트 호전시키는 것을 확인 했다. 이를 변환하면 심장 기능이 8~12% 개선된다는 설명이다.

하티셀그램-AMI는 지금까지 2100여 건의 시술에 사용됐다. 연간 230건 정도다. 당초 기대에는 못 미치는 실적이다. 건당 2000만원을 웃도는 높은 치료비가 걸림돌 중 하나다. 김현수 파미셀 대표는 “3000만~3500만 원이 드는 심장이식보다는 낮지만 고가의 치료비로 인해 한계가 있었다”면서 “시장성이 높고 효과가 좋을 것으로 기대되는 환자대상의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간경변증 줄기세포치료제, 임상 3상 진입

파미셀은 두 번째 줄기세포 치료제 ‘셀그램-LC’를 개발했다. 아직 임상 중이지만 하티셀그램-AMI와 달리 높은 시장성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만 한 해 5000명 이상의 알코올성 간경화 환자가 사망하고 있고, 세계적으로는 매년 약 10만 건의 간이식 수술이 실시된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는 간이식 수술시장 규모만 수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간경변증 줄기세포 치료제는 아직 없다”며 “제품이 출시되면 시장 진입이 쉽고 회사의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셀그램-LC는 간 기능을 회복시키는 간경변증 치료제다. 간경변증 환자의 골수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한 뒤 주사를 통해 간에 주입한다. 간이 반복적으로 손상을 받으면 간세포 재생에 실패하게 되고, 간세포가 콜라겐과 같은 세포외기질로 대체된다. 세포외기질은 조직의 섬유화를 촉진한다. 간 섬유화가 간의 조직을 둘러싸면 간경변증이 발병한다. 김 대표는 “간 섬유화는 간에 굳은살이 박이는 것인데, 이로 인해 정상 간세포도 줄어들어 간 기능이 더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셀그램-LC는 간세포를 재생하면서 손상에 의한 간 섬유화와 간경변증을 억제할 것으로 기대된다. 임상 2상에서 간동맥 내로 1회 또는 2회 투여했더니 콜라겐 비율은 각각 25%, 37% 감소했다. 간경변증의 중증도 점수도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부작용이 있는 환자의 비율은 대조군 및 두 그룹 간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미셀은 셀그램-LC의 임상 2상을 마친 뒤 지난해 식약처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이를 반려했고, 파미셀은 서울행정법원에 조건부 허가 반려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파미셀의 손을 들어줬지만, 식약처는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파미셀은 지난 3일 식약처로부터 셀그램-LC의 임상 3상을 승인받아 이를 추진함과 동시에 조건부 허가를 다시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발기부전, 항암면역세포치료제 등으로 파이프라인 확대

파미셀은 줄기세포를 활용해 발기부전 치료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항암제 등도 개발하고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 ‘셀그램-ED’는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자가 골수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를 이용해 발기부전의 원인이 되는 음경해면체 내 손상된 신경을 재생하고 신생혈관 생성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항암면역세포치료제 ‘셀그램-DC’도 지난 6월 식약처로부터 전립선암과 난소암에 대해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인체의 면역기능을 활성화해 종양을 치료하는 원리다. 직접적인 종양 제거를 위해 투여하는 치료제와 달리 부작용이 적다는 설명이다. 특히 주성분인 수지상세포는 면역체계에 암세포를 인지시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세포로 기능이 탁월하다. 김 대표는 “항암면역세포치료제는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정부 과제를 바탕으로 임상에 돌입한 만큼, 제품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또 내년부터 췌장암과 유방암 치료제 개발에도 나선다고 덧붙였다.

파미셀은 줄기세포의 면역제어 효능을 기반으로 개발한 ‘셀그램-AKI’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중증폐렴의 치료 목적 사용승인을 받았다. 셀그램-AKI는 파미셀이 임상을 진행하고 있던 동종 줄기세포 치료제다. 김 대표는 “전신에 강력한 항염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에 코로나19 환자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인한 증상 악화를 막고, 손상받은 장기들을 재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파미셀은 셀그램-AKI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추가 임상 대신 외상성 중증 폐손상에 대한 치료제로 개발할 계획이다.
[Cover Story - part.4] 파미셀, 줄기세포 치료제 세계 최초 개발…바이오케미컬로 사업 확장
뉴클레오시드·mPEG 등 바이오케미컬 부문이 실적 이끌어

최근 파미셀의 바이오케미컬 사업 부문도 주목받고 있다. 관련 원료의약품(API) 매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파미셀은 뉴클레오시드와 mPEG 등 API를 생산하고 있다. 김 대표는 “분자진단, RNA 핵산치료제 등 코로나19로 뉴클레오시드 수요가 증가했다”며 “내년까지 106억 원을 투입해 울산에 제2공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증설이 완료되면 파미셀의 API 연간 생산 규모는 현재보다 세 배 이상 커진 최대 24톤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파미셀은 올해부터 정부 지원을 받아 분자진단에 사용 가능한 데옥시뉴클레오사이드트리포스페이트(dNTP)의 제조기술과 핵산추출 시약의 대량생산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2022년 말 개발 완료 예정이다. 그는 “dNTP를 생산하면 부가가치가 10배 이상 상승해 신규 매출도 늘어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바이오케미컬 분야의 실적유지와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의 균형 있는 성장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애널 평가
세계 최초 줄기세포 치료제를 출시한 오랜 업력의 회사
by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CB) 물량은 없다. 사업 부문은 크게 줄기세포치료제(화장품, 골수은행)와 바이오케미컬(뉴클레오시드, mPEG, 난연제 및 기타)로 나뉜다. 케미컬 분야는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될 수 있어 다른 업체들과는 차별화된 기업가치의 레벨업을 기대한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1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