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컨설팅] 우리 회사에 맞는 파트너 선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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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수 삼정 KPMG전략컨설팅그룹 헬스케어부문 상무
피터 드러커는 1974년 저서 ‘매니지먼트(Management: Tasks, Responsibilities, Practices)’에서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는 조직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사회, 커뮤니티, 개인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함이라고 정의했다. 40여 년 전의 저서지만 최근 주목받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반의 경영과 일맥상통한다. 특히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위기상황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 성장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착한 기업’이 더욱 빛을 발한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들의 ‘리질리언스’가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그림1)
투자유치 규모를 성과와 동일시하는 착시현상
다양한 산업의 기업들이 고유의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만, 생명과 건강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헬스케어 산업은 본연적으로 사회적 가치와 연관성이 높다. 코로나 이후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데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다른 업종 기업들도 헬스케어 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헬스케어 기업에게는 과거보다 더 많은 협업의 기회가 생기고, 자금 투자뿐만 아니라 기술개발에서 사업화까지 다양한 형태의 협업이 이루어질 것이다.
특정 분야의 기술개발에 집중해온 초기 단계의 헬스케어 기업 중에는 기술의 가치를 알아주는 투자자를 만나면 쉽게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투자유치 규모를 성과와 동일시하는 착시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받은 투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부담으로 돌아온다. 투자금의 단기 회수를 목표로 하는 투자자로 인해 부담을 느끼다 기존 사업을 접고, 새로운 영역으로 급히 피봇팅한 헬스케어 스타트업도 본 적이 있다. 물론 초기 자금은 비즈니스가 안정화되기 전에 속도를 끌어올리는 중요한 연료이다.
하지만 재무적 투자자든, 전략적 투자자든 힘든 과정을 통해 개발한 기술을 비즈니스로 키워나갈 동반자를 찾는 관점에서 보면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파트너의 평판이 곧 우리의 평판이 될 수 있고, 안 좋은 파트너는 이후 비즈니스 확대에 오히려 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 회사에 맞는 파트너는 어떻게 찾을까.
첫째, 비즈니스 모델에서 무엇이 부족한지에 대한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 우리가 자금만 있으면 되는지 아니면 기술력이 부족한지,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지, 제품은 좋은데 판매를 위한 유통망이 필요한지 등 비즈니스 모델에서 채우고자 하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웨어러블 심전도 기기 업체인 얼라이브코어는 의사의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있는 OTC(over-the-counter) 승인을 받은 후 부족한 유통망을 보완하기 위해 미국의 전자기기 리테일러인 베스트 바이와 협업했고, 이를 통해 미국 전역 800여 곳의 매장을 확보했다. 수면 무호흡증 관련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레스메드는 더 높은 수준의 데이터 분석기술을 보유한 베릴리와 협업을 통해 수면장애를 진단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둘째, 적합한 파트너를 찾아 먼저 나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존슨앤드존슨, 바이엘 등 다수의 국내외 기업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육성, 혁신기술 발굴 등에 적극적인 행보를 해오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업 프로젝트 공모전을 진행했고,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수요기업으로 필립스코리아가 참여했다. 대기업과 정부 주도의 지원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선택받기를 기다리는 것 보다, 우리가 먼저 나서서 선택하는 것은 어떨까.
가끔 “그 큰 회사에서 우리를 만나주기나 하겠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너무 안타깝다. 시도하는 과정 자체가 회사 브랜드를 알리는 마케팅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특정 질환을 예방·진단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회사라면 해당 질환 관련 약품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판매량은 어느 회사 제품이 많은지, 회사별 재무상태와 업계 평판은 어떤지 등을 확인해 가면서 파트너 우선순위를 정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서로 얻는 가치가 명확해야 한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디지털 치료제 등 다양한 국내외 헬스케어 기업들은 제약회사와 활발한 파트너십을 하고 있다. 제약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영업·유통망의 활용, 인허가·시장진입 노하우 공유, 보험 연계 가능성 등의 가치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제약회사 입장에서도 비용 절감(임상시험 비용 절감 등), 매출 증대(동반 판매 성장), 복약 순응도 증대, 연계 데이터 확보 등 협업을 통해 얻는 가치가 명확해야 한다. 주고받는 가치가 불균형인 파트너십은 지속되기 어렵다. 기업 입장에서 자사를 통해 얻을 가치에 대한 고민은 수요자만의 몫이 아니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가치를 먼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는 둘 이상의 종이 상대 종의 진화에 상호 영향을 주며 진화하는 것을 공진화라고 한다. 조직의 진화는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으로 조직의 지속가능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좋은 파트너와 같이 간다면 함께 진화하면서, 더 멀리 갈 수 있을 것이다.
박경수
고려대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 삼정 KPMG전략컨설팅그룹 헬스케어부문 상무로 재직 중이다. 혜원의료재단 감사, 한국병원경영학회 이사, 한국헬스케어디자인학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병원, 전문병원 대상의 전략 수립, 프로세스 혁신, 해외진출 타당성 분석, 마스터플랜 수립을 수행하고 있다.
다양한 산업의 기업들이 고유의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만, 생명과 건강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헬스케어 산업은 본연적으로 사회적 가치와 연관성이 높다. 코로나 이후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데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다른 업종 기업들도 헬스케어 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헬스케어 기업에게는 과거보다 더 많은 협업의 기회가 생기고, 자금 투자뿐만 아니라 기술개발에서 사업화까지 다양한 형태의 협업이 이루어질 것이다.
특정 분야의 기술개발에 집중해온 초기 단계의 헬스케어 기업 중에는 기술의 가치를 알아주는 투자자를 만나면 쉽게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투자유치 규모를 성과와 동일시하는 착시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받은 투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부담으로 돌아온다. 투자금의 단기 회수를 목표로 하는 투자자로 인해 부담을 느끼다 기존 사업을 접고, 새로운 영역으로 급히 피봇팅한 헬스케어 스타트업도 본 적이 있다. 물론 초기 자금은 비즈니스가 안정화되기 전에 속도를 끌어올리는 중요한 연료이다.
하지만 재무적 투자자든, 전략적 투자자든 힘든 과정을 통해 개발한 기술을 비즈니스로 키워나갈 동반자를 찾는 관점에서 보면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파트너의 평판이 곧 우리의 평판이 될 수 있고, 안 좋은 파트너는 이후 비즈니스 확대에 오히려 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 회사에 맞는 파트너는 어떻게 찾을까.
첫째, 비즈니스 모델에서 무엇이 부족한지에 대한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 우리가 자금만 있으면 되는지 아니면 기술력이 부족한지,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지, 제품은 좋은데 판매를 위한 유통망이 필요한지 등 비즈니스 모델에서 채우고자 하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웨어러블 심전도 기기 업체인 얼라이브코어는 의사의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있는 OTC(over-the-counter) 승인을 받은 후 부족한 유통망을 보완하기 위해 미국의 전자기기 리테일러인 베스트 바이와 협업했고, 이를 통해 미국 전역 800여 곳의 매장을 확보했다. 수면 무호흡증 관련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레스메드는 더 높은 수준의 데이터 분석기술을 보유한 베릴리와 협업을 통해 수면장애를 진단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둘째, 적합한 파트너를 찾아 먼저 나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존슨앤드존슨, 바이엘 등 다수의 국내외 기업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육성, 혁신기술 발굴 등에 적극적인 행보를 해오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업 프로젝트 공모전을 진행했고,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수요기업으로 필립스코리아가 참여했다. 대기업과 정부 주도의 지원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선택받기를 기다리는 것 보다, 우리가 먼저 나서서 선택하는 것은 어떨까.
가끔 “그 큰 회사에서 우리를 만나주기나 하겠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너무 안타깝다. 시도하는 과정 자체가 회사 브랜드를 알리는 마케팅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특정 질환을 예방·진단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회사라면 해당 질환 관련 약품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판매량은 어느 회사 제품이 많은지, 회사별 재무상태와 업계 평판은 어떤지 등을 확인해 가면서 파트너 우선순위를 정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서로 얻는 가치가 명확해야 한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디지털 치료제 등 다양한 국내외 헬스케어 기업들은 제약회사와 활발한 파트너십을 하고 있다. 제약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영업·유통망의 활용, 인허가·시장진입 노하우 공유, 보험 연계 가능성 등의 가치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제약회사 입장에서도 비용 절감(임상시험 비용 절감 등), 매출 증대(동반 판매 성장), 복약 순응도 증대, 연계 데이터 확보 등 협업을 통해 얻는 가치가 명확해야 한다. 주고받는 가치가 불균형인 파트너십은 지속되기 어렵다. 기업 입장에서 자사를 통해 얻을 가치에 대한 고민은 수요자만의 몫이 아니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가치를 먼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는 둘 이상의 종이 상대 종의 진화에 상호 영향을 주며 진화하는 것을 공진화라고 한다. 조직의 진화는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으로 조직의 지속가능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좋은 파트너와 같이 간다면 함께 진화하면서, 더 멀리 갈 수 있을 것이다.
박경수
고려대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 삼정 KPMG전략컨설팅그룹 헬스케어부문 상무로 재직 중이다. 혜원의료재단 감사, 한국병원경영학회 이사, 한국헬스케어디자인학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병원, 전문병원 대상의 전략 수립, 프로세스 혁신, 해외진출 타당성 분석, 마스터플랜 수립을 수행하고 있다.
- 첨부자료
- PPT 첨부 그림_1116.ppt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