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9일 A씨가 자신의 재산을 압류한 B씨를 상대로 낸 청구 이의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만 6세였던 1993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재산을 상속받았다가 이후 소송에 휘말렸다.
아버지가 B씨에게 1천210만 원의 약속어음금 채무가 있었는데, B씨가 약속어음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낸 것이다.
B씨는 이미 A씨 아버지의 사망 직후 1차례 승소 판결을 받았고, 시효 연장을 위해 2013년에 다시 소송을 내 이듬해 2월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다.
아버지에게 재산보다 빚이 더 많았다는 사실을 모르던 A씨는 2017년 9월 자신의 계좌가 압류된 것을 발견했다.
B씨의 신청에 따라 채무자의 상속인인 A씨에게 채권압류·추심 명령이 내려진 것이다.
이에 불복해 A씨가 낸 청구 이의 소송 1·2심은 모두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상속받은 재산 이상의 빚을 변제하지 않는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민법(1019조)은 상속인이 자신이 상속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점부터 3개월 안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기간이 지났더라도 물려받을 재산보다 빚이 많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경우 다시 3개월 안에 한정승인을 할 기회가 부여되는데, 이를 특별 한정승인이라고 한다.
이 소송의 쟁점은 상속받는다는 사실 또는 빚이 재산보다 많다는 사실을 인식한 시점을 정할 때 본인과 법정대리인 중 누구의 인식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였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법정대리인이 기준이 돼야 한다고 봤다.
A씨의 경우 대리인인 어머니가 상속 사실과 아버지의 채무를 알고 3개월이 지났다면 한정승인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1∼2심은 A씨 본인이 아버지의 상속 재산보다 빚이 더 많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점을 들어 3개월 안에 특별 한정승인이 가능하다고 보고 선례를 뒤집었다.
이에 대법원은 "대리행위는 본인이 한 것과 같은 효력이 생기는 것이 원칙"이라며 "법정대리인(어머니)이 특별 한정승인을 할 수 없다면, 그 효력은 상속인 본인(A씨)에게 직접 미친다"며 기존 판례를 유지했다.
또 "법정대리인의 착오나 무지로 상속 포기 또는 한정승인을 하지 않은 경우 미성년자인 상속인을 보호하기 위해 별도의 제도를 마련하는 게 입법론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민유숙·김선수·노정희·김상환 대법관은 "상속인이 미성년인 동안 법정대리인이 기한을 놓쳤더라도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면 직접 상속채무 초과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특별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