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스맨’에 등장하는 명대사가 있다. ‘Manners Maketh Man.(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요즘 멋 좀 부리는 한국 남성에겐 이렇게 바꿔 말하는 게 좋겠다. ‘Hair Maketh Man.(헤어스타일이 남자를 만든다)’

바야흐로 ‘바버숍 전성시대’다. 바버숍은 단지 머리를 깎기 위해 찾는 우중충한 이발소가 아니다. 화려한 분위기로 남성이 할 말을 잃게 만드는 공간은 더더욱 아니다. 4만~7만원대 커트 비용을 내면 위스키를 즐기며 한 시간 남짓 여유로운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남자만의 놀이터’가 됐다.

7년 전 ‘1%의 남성을 위한 공간’으로 처음 한국에 등장한 클래식 바버숍은 30~50대 남성을 먼저 유혹했다. ‘그레이 시크’ ‘꽃중년’ ‘액티브 시니어’ 등의 신조어가 생겨나며 더 많은 중년 남성이 바버숍을 찾았다. 바버숍은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자신을 가꿀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이들의 로망을 채워줬다. 경제력이 탄탄하고 본인을 위해 돈을 쓸 여유가 있는 중년 남성은 더 이상 사우나 이발소나 동네 이용원에 가지 않는다. 최근 20~30대도 이런 바버숍 문화를 기꺼이 향유하고 있다.

클래식 바버숍에선 옛날 방식의 뜨거운 타월에 피부와 수염을 불린 뒤 습식 칼면도로 셰이빙을 한다. 180도 회전이 가능한 편안한 의자에서 30~40분가량 전문 셰이빙을 받으면 마음속 먼지까지 말끔히 털어내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바버가 직접 거품을 낸 셰이빙폼으로 얼굴 전체를 감싼 뒤 받는 셰이빙 서비스는 얼굴의 모든 근육을 풀어주는 극강의 편안함을 선사한다.

국내 1호 클래식 바버숍인 헤아에는 ‘파더앤선 헤어컷’ ‘행오버 트리트먼트’ 등 이색 서비스도 있다. 파더앤선 헤어컷은 아버지 손을 잡고 목욕탕에서 이발하던 기억을 되살려 아버지와 함께 온 아들, 아들을 데리고 온 아버지에게 할인해 주는 감성 서비스다. 행오버 트리트먼트는 숙취에 시달리는 손님이 편안하게 쉬러 올 수 있도록 만들어 낸 아이디어다.

이발 장인이 운영하는 오래된 이발소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레트로 감성을 느껴보려는 20대부터 향수를 느끼려는 70~80대까지 다양하다. 근현대 호텔이 선도했던 호텔 이용 문화가 오늘날 유럽식 바버 문화를 만나 이발의 황금시대를 열고 있다.

김보라/박종필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