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위기의 자본주의…윤리에서 답을 찾다
시장 실패로 인한 빈곤과 경제 양극화 심화로 공동체가 급속도로 붕괴되면서 세계 경제는 새로운 불안을 겪고 있다. 고학력자와 저학력자, 도시와 지방 사이의 간극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 틈을 파고들어 이념과 포퓰리즘이 성행한다.

많은 이들이 ‘과연 자본주의 체제에 미래가 있을까’라며 회의적인 질문을 던진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을 거치며 전 세계 상생을 연구해온 영국 경제학자 폴 콜리어는 최근 출간한 저서 《자본주의의 미래》를 통해 ‘합리적 인간’의 이기심에 호소하는 자본주의의 실패를 언급하며 호혜성의 윤리에 토대를 둔 ‘윤리적 자본주의’를 새로운 자본주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고학력자와 저학력자, 도시와 지방의 균열 등 오늘날 자본주의가 맞닥뜨린 위기와 원인부터 진단한다. 이를 바탕으로 “공허한 정치 선전 구호만 반복하며 경제와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켰던 이데올로기와 대중 영합주의를 넘어 탄탄한 분석과 근거를 기반으로 한 실용주의적 입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자본주의의 새로운 인간상도 제시한다. 현재 경제학이 상정하는 인간상은 합리적인 인간, 즉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를 원하는 이기적인 존재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의무를 느끼며, 경제적인 이득보다 사람들 사이의 존중을 통해서 효용을 얻는다”고 강조한다. 상호 관계를 통한 호혜적 이익을 중시하는 인간의 본성을 신뢰한다. 저자는 이를 ‘공유 정체성’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책 후반부에서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 논하며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전망을 한다. 지방도시와 대도시 간 격차를 좁히기 위해 대도시에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구밀집에 따른 불로소득을 얻는 도시 부동산 소유주가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육아보조와 실업급여, 은퇴 안정성 보장 등 사회적 계급 분단을 완화할 방법도 논의한다. 빈곤국과 부국 사이의 재분배 이후 국제무역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안을 일방적 갈등 구도로 분석하는 게 아쉽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