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주민들 "표적지에서 1.5㎞ 벗어나는 게 말이 되나…대책 마련하라"

"엄청난 굉음과 함께 논 한가운데에 불꽃이 일더니 희뿌연 연기가 피어올랐어요.

근처 농막(農幕)으로는 파편까지 날아왔고요."
민가 40m앞 논에서 폭발한 오발탄…"불안해서 못살겠다"
19일 오발탄이 떨어져 폭발한 경기 양평군 옥천면 용천2리 마을 주민들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0분께 육군 양평종합훈련장에서 대전차 화기 사격훈련 중에 쏜 보병용 중거리 유도무기 '현궁' 1발이 용천2리 마을 한가운데 논에 떨어졌다.

표적지를 벗어나 1.5㎞를 날아 논바닥으로 처박혔고 폭발음은 온 동네를 뒤흔들었다.
민가 40m앞 논에서 폭발한 오발탄…"불안해서 못살겠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군인 10여명이 현장에 도착했고 밤새 내린 비로 발목 깊이까지 찬 논물을 빼자 폭발 지점은 큰 세숫대야 모양으로 움푹 파여 있었다.

알루미늄이 섞인 듯한 파편은 사방으로 흩어졌고 인근 농막까지 날아와 자칫 인명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용천2리 마을은 1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고 마을 한가운데 논이 있는데 폭발 지점에서 가까운 주택은 불과 40m 거리였다.

논에 찬 빗물이 폭발 충격을 완화하지 않았다면 파편이 훨씬 멀리 날아와 온 마을을 덮쳤을 것이라며 주민들은 몸서리를 쳤다.

용천2리 정재국(65) 이장은 "조명탄이나 포탄 파편이 마을에 떨어진 적은 있는데 오발탄이 날아와 터지기까지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표적지를 1.5㎞나 벗어나 민가로 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성토했다.

정 이장은 "용천2리는 양평종합훈련장과 인접한 관계로 오발 사고 때문에 서울에서 귀농한 분들이 다시 이사하는 경우도 있다"며 "정말 불안해서 못 살겠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민가 40m앞 논에서 폭발한 오발탄…"불안해서 못살겠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피해 주민들에게는 충분히 보상할 계획"이라며 "화기 결함이나 조작 실수 등 사고원인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재발 방지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