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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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대표노동조합이 같은 회사의 소수 노동조합에 연봉 관련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면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세종호텔노동조합 등이 세종투자개발과 세종연합노동조합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서울 명동에 있는 세종호텔에는 교섭대표노조인 세종호텔연합노조와 소수노조인 세종호텔노조가 함께 운영돼왔다. 세종호텔은 지난 2010년 연봉제 도입 확대를 위해 세종호텔연합노조와 합의했다.

이에 따라 연봉제를 적용받는 직원들은 전년도 개인별 평가에 따라 연봉조정률이 결정됐다. 연봉조정률의 상·하한선은 원칙적으로 10%이지만, 특별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대표의 결정에 의해 조정률을 최대 30%까지 가감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세종호텔노조는 이에 반발했다. 세종호텔노조는 "회사가 소수노조인 세종호텔노조와 그 소속원에게 연봉제 도입에 관한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은 것도 아니다"라며 "세종호텔연합노조와 체결한 합의서에 따라 세종호텔노조 소속 일부 직원의 연봉이 10% 이상 깎인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소수노조인 자신들과 협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합의안이 무효며, 연봉제로 바뀌면서 발생한 임금 차익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청구했다.

1심은 교섭대표노조인 세종호텔연합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호텔이 체결한 연봉제 규정이 무효이거나 효력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며 "연봉제 규정은 단체협약이 아닌 취업규칙으로서, 세종호텔연합노조가 세종호텔노조 구성원들에게 연봉제와 관련한 설명 및 협의의무 등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해도 연봉제의 효력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이어 연봉제 시행으로 세종호텔노조 소속 일부 구성원의 임금 총액이 10% 이상 감액된 것을 두고 "인사고과평가로 인해 불이익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능력과 업적에 따라 보상을 차등화하는 능력주의를 실현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취지"라며 "이는 피고 회사와 노동조합 및 연봉제 실시대상자들 사이에 이루어진 보수기준 등에 관한 합의의 결과이기 때문에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2심의 판단도 이와 같았다. 재판부는 "1심 판결은 정당하다"며 "원고인 B노조의 항소는 이유가 없어 모두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교섭대표노조가 소수노조를 차별한 것으로 본 것이다. 대법 재판부는 "교섭대표노조가 가지는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 소수노조인 세종호텔노조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함으로서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공정대표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원심법원에 돌려보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