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번역가인 재미 교포 최돈미 씨와 재일 교포 유미리 씨가 올해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s)을 받았다.

미국도서재단은 19일(한국시간)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한 제71회 미국도서상 시상식에서 시집 'DMZ 콜로니'(DMZ Colony)를 쓴 최 씨를 시 부문 수상자로, 'JR 우에노역 공원 출구'를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Tokyo Ueno Station)'으로 번역한 유 씨를 번역문학 부문 수상자로 나란히 선정됐다.

한국계 교포 작가가 미국 출판문학계에서 권위 있는 미국도서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에는 한국계 아버지와 유대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수전 최가 '신뢰 연습'으로 소설 부문에서 수상한 바 있다.
서울에서 태어난 최 씨는 이민을 떠나 현재 미국 시애틀에서 시인이자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김혜순 시인 시집 죽음의 자서전을 번역해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과 미국문학번역가협회 루시엔 스트릭상을 받았다. 그는 김 시인 시집 전 세계의 쓰레기여, 단결하라!를 번역해 루시엔 스트릭상을 한 차례 더 받기도 했다.

최 시인이 쓴 'DMZ콜로니'는 휴전선 비무장지대를 소재로 분단국과의 비극적 현실을 바라보면서 비전향 장기수와 부친의 이야기 등을 담은 시집이다.
유미리 씨
유미리 씨
유 씨는 소설 '가족 시네마'로 지난 1997년 일본 최고 권위로 꼽히는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일본 문단의 중견 작가다. '타일', '루주', '8월의 저편' 등의 작품을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졌다.

유미리의 국적은 확실치 않다. 일본 국적 교포라는 말도 있지만, 2018년 8월 한 인터뷰에서는 "자신은 재일 한국인이며 한국 국적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온라인 시상식에서 "수상 영광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돌리겠다"고 말했다.

JR 우에노역 공원 출구는 우에노역 인근에서 노숙자로 살다 죽은 뒤에 여전히 근처를 떠도는 남자의 영혼을 통해 가혹한 도시의 현실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국내에는 2015년 기파랑에서 우에노역 공원 출구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