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든 피겨스'로 본 노동시장의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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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노믹스
컴퓨터만큼 계산 잘하는데
흑인 여성인 게 뭐가 문제지?
차별·편견 날려보내자
'우주 가는 길'이 열렸다
단지 흑인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화장실·커피포트도 따로 쓰게 한 시절
1960년대 NASA 실화를 영화로
컴퓨터만큼 계산 잘하는데
흑인 여성인 게 뭐가 문제지?
차별·편견 날려보내자
'우주 가는 길'이 열렸다
단지 흑인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화장실·커피포트도 따로 쓰게 한 시절
1960년대 NASA 실화를 영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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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를 차별하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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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저숙련 직종에 몰린 흑인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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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에 따라 맡는 일이 다른 ‘직종분리 현상’도 드러난다. 직종분리는 중요도가 낮고 미래가 밝지 않은 직업에는 소수자가 몰리는 현상을 뜻한다. 영화 속 NASA에서 전체 직원 가운데 흑인 여성의 비중은 낮지만, 계산을 검토하는 부서만큼은 흑인 여성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계산실은 기술 발전에 따라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단순업무직이다. 영화 중반 최초의 IBM 컴퓨터가 NASA에 도입되면서 계산실 직원들은 단체로 해고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영화 속 캐서린의 한마디는 그가 노동시장에서 겪은 차별과 임금격차를 집약해서 드러낸다. “그거 알고는 있었나요? 저는 화장실에 가기 위해 하루 800m를 걸어야 해요. 무릎 밑까지 오는 치마에 힐도 신어야 하고, 그리고 진주목걸이라뇨? 전 진주목걸이가 없어요. 흑인한테는 진주를 살만큼의 급여를 주지 않으니까요.”
노동시장에서 차별이 일어나는 이유
경제학자들은 노동시장에서 일어나는 차별의 원인을 다양하게 제시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는 ‘개인편견이론’으로 차별을 설명했다. 차별적인 고용주 및 동료 근로자 때문에 동일한 생산성을 가진 흑인·여성 근로자가 백인·남성보다 낮은 임금으로 고용된다는 게 이론의 핵심이다. 차별적인 고용주는 동일한 생산성을 지닌 근로자라도 인종 및 성별에 따라 다른 임금을 준다.
근로자의 편견 때문에도 차별이 생긴다. 영화 속 캐서린의 사무실 동료인 폴은 캐서린에게 주요 정보를 검게 칠한 뒤 계산을 검토하라고 준다. 캐서린이 기존 백인 남성 중심의 사무실 문화에 변화를 가져오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동료 근로자가 차별적이라면 고용주는 소수자를 고용할 때 이들의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반발을 줄이는 손쉬운 방법으로 기존 근로자보다 소수자의 임금을 깎거나 기존 근로자의 임금을 더 주는 식으로 차별한다고 개인편견이론은 설명한다.
차별하는 경영자는 도태된다
경제학자들은 노동시장의 차별을 비효율로 바라본다. 동일한 생산능력을 지녔는데도 특정 집단에 더 높은 임금을 주는 것은 고용주와 근로자의 개인적 효용을 늘릴 수는 있지만, 집단 전체 이익은 포기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차별하는 경영자는 도태된다. 대신 근로자의 생산성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경영자가 살아남는다.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할수록 낮은 임금을 받던 흑인, 여성 근로자가 차별이 덜한 회사로 이탈하기 쉬워진다. 인력 이탈은 조직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이런 이유 로 노동시장 차별은 경쟁적인 산업군에 있는 기업보다 금융권처럼 정부 허가가 필요한 비경쟁적인 시장에 속한 기업들에서 더 흔하게 발견된다.“요즘 NASA도 여성을 고용하나요?” 어떤 사람의 질문에 캐서린은 답한다. “NASA가 제게 일을 맡긴 이유는 우리가 치마를 입어서가 아니라 안경을 썼기 때문이에요.” 성과를 내는 조직이라면 사람을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