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세계 최초로 10.5세대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양산을 시작한 BOE 허베이 공장은 중국 ‘디스플레이 굴기’의 상징으로 꼽힌다. 가격 대비 성능은 물론 기술 측면에서도 한국과 일본을 따라잡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소여서다.

현재 글로벌 LCD 시장의 주인공은 중국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세계 LCD TV 패널시장 점유율은 56.9%로 50%를 처음 돌파할 전망이다. 반면 한국 업체들은 LCD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중국 내 생산 공장을 매각하고 이익이 적은 TV용 패널 생산라인의 가동 중단을 추진 중이다. 중국 업체들이 제시하는 가격에 제품을 팔면서 이익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들은 정부 보조금으로 제품 판매가격을 떨어뜨렸다. 생산설비를 건설할 때 받는 정부 보조금만 투자액의 30~50%에 달한다. 패널 원가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디스플레이 부품과 소재 기업도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 BOE나 CSOT 같은 중국 업체들이 한국 기업보다 20~30% 싼 가격에 디스플레이를 판매할 수 있는 배경이다.

최근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시장마저 넘보고 있다. 전략은 LCD 때와 동일하다. 현재 중국 업체들이 건설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OLED 패널 공장만 18곳에 달한다. 하나같이 정부 지원금이 들어간다. 디스플레이 업체 티안마가 중국 내 최대 규모로 짓고 있는 플렉시블 OLED 공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티안마가 투입한 금액은 전체 건설 비용(480억위안)의 8%에 불과하다. 정부가 대가 없이 지원한 자금의 비중이 48%에 이른다. 나머지도 현지 국책 은행에서 저리로 조달했다.

국내 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차세대 제품인 퀀텀닷디스플레이(QD)와 퀀텀닷나노발광다이오드(QNED) 등을 개발 중이다. LG디스플레이도 투명 OLED, 3세대 OLED 등에 투자하며 중국과의 기술 격차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