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일부러 로봇을 부수라고 한다. 로봇도, 사람도 부숴지고 넘어져봐야 혁신의 길을 찾을 수 있어서다.”

세계적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 교수(UCLA로멜라 연구소장·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두가 나에게 성공 비법을 묻지만, 오히려 ‘실패하라’고 조언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지난 20일 서울시 홍보대사로 위촉된 홍 교수는 글로벌 과학전문지 파퓰러사이언스 선정 ‘젊은 천재 과학자 10인’에 올랐고 미 국립과학재단(NSF) ‘젊은 과학자상’,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교육상’ 등 무수한 상을 수상해왔다. 세계 최초 시각장애인용 무인자동차 ‘브라이언’을 개발해 워싱턴포스트 1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홍 교수는 “실패하지 않았다는 것은 도전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실패를 두려워말라고 강조했다. 그는 “로봇의 가장 큰 약점 중에 하나는 힘 없이 넘어지는 것인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많은 기술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고장나고 넘어져야 극복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넘어졌을 때 크게 다치지 않고 다시 일어서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로 사회와 제도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 역시 2013년 버지니아공대에서 UCLA로 옮기는 과정에서 큰 아픔을 겪었다고 했다. 홍 교수를 유명하게 만든 ‘브라이언’을 비롯해 그동안 개발한 로봇과 장비, 인력 모두를 뺏겨 맨 바닥에서 시작해야만 했다. 홍 교수는 “그 때의 아픔이 없었다면 지금의 혁신적 기술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홍 교수는 현재 성인 크기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르테미스’를 개발하고 있다. 로봇이 탄성을 가질 수 있는 신기술을 접목해 최종적으로는 재난구조에 활용하는 것이 목표다. 내년 상반기에는 아르테미스의 모형을 공개할 수 있는 단계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로봇과 인공지능(AI)은 사람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돕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래에는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며 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란 두려움이 크지만, 오히려 새로 만들어지는 직업이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자동차가 개발된 뒤 주유소, 정비소, 보험이 생겼듯이 로봇산업을 통해 많은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며 “2050년에는 사람이 해서는 안 될 위험하고 어려운 작업을 로봇이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제 2의 데니스 홍’을 키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아이들이 본래 갖고 있는 창의력과 호기심을 누르지 않는 교육이 가정과 학교에서 이뤄진다면, 데니스 홍을 능가하는 어린 과학자들이 탄생할 수 있다”며 “정부에선 단기 성과만 볼 것이 아니라 장기적 투자를 통해 과학자를 키우는 정책을 펴야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서울시 홍보대사를 제안 받자 마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며 “전 세계에 서울과 한국을 알리고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멘토 역할을 해 내는 것이 나의 꿈 중 하나”라고 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