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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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곡물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올 여름 태풍으로 인해 쌀과 찹쌀, 콩, 팥 등 식량작물로 분류되는 농산물 생산이 일제히 부진하면서 공급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도 상승세를 보이면서 농산물 가격 상승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1월 월평균 식량작물 도매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쌀(20kg)은 5만5527원으로 17.5% 뛰었다. 5년간 평균(평년) 가격 4만874원에 비해선 35.8% 높은 수준이다. 찹쌀(40kg)은 12만8453원으로 9.41%, 콩(35kg)은 19만9267원으로 5.5% 값이 올랐다. 평년 대비로는 각각 24.8%, 14.0% 비싸다.

고구마와 감자의 가격 상승세는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고구마(10kg) 도매가격은 3만6107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44.0% 올랐다. 감자(10kg)는 3만5628원으로 가격 상승률이 584%에 달했다.

올해 식량작물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태풍 등 기후 조건 악화로 농산물 작황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쌀은 낟알이 익는 8월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정부는 밥쌀용 쌀 수요를 맞추기엔 충분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지만 필요시 저장돼있는 비축미 방출도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콩은 파종 시기인 5월엔 가뭄 피해를 입고, 생장을 해야하는 7~8월엔 비가 너무 많이 와 콩이 썩어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곡물가격도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제 선물시장에서 밀·콩·옥수수 등의 선물 가격이 뛰고 있다. 지난 6개월간 밀은 38.5%, 콩은 31.0%, 옥수수는 20.0%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00.9포인트로 전월 대비 3.1% 상승했다.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7.3% 상승한 곡물이었다. 유럽과 북미 등의 작황이 좋지 않은 밀과 중국이 수입을 크게 늘리고 있는 옥수수 등의 가격 상승이 가파르다고 FAO는 설명했다.

글로벌 곡물 가격 상승은 단기적으로는 국내 사료 가격이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입 농산물 중 상당수가 사료용 곡물이어서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국내에서 생산되는 각종 곡물 가격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산지 유통업자들이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곡물 유통업체 관계자는 "찹쌀 등 일부 품목의 경우 밭 전체를 사들인 후 시세가 더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는 유통업자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가 이같은 현황을 파악한 후 시세 조종을 하는 경우 강력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