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文정부, 한국사회 '내집' 의미 몰라…현장 외면하니 정책 겉돌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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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펴내
"현장에 질문 안 해…'이념의 현실화'에만 집중
대통령의 우상화…조금만 건드려도 앙갚음
자신만의 스토리 없어…NL의 ‘의전 대통령’
한국에서의 ‘내집’ 의미 간과…부동산 정책 실패할 수밖에
가장 훌륭한 비판은 대안 제시…여야 모두 비판 능력 잃어”
"현장에 질문 안 해…'이념의 현실화'에만 집중
대통령의 우상화…조금만 건드려도 앙갚음
자신만의 스토리 없어…NL의 ‘의전 대통령’
한국에서의 ‘내집’ 의미 간과…부동산 정책 실패할 수밖에
가장 훌륭한 비판은 대안 제시…여야 모두 비판 능력 잃어”
“역대 어느 대통령도 문재인 대통령처럼 신격화, 우상화되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땐 ‘2MB(2메가바이트)’, 박근혜 전 대통령 땐 ‘닭그네’란 부정적 별칭이 공공연하게 있었지만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았잖아요. 지금 문 대통령에게 그랬다가는 청와대와 지지자들이 가만히 두지 않죠.”
미학자이자 정치평론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57·사진)는 지난 20일 서울 연남동의 독립서점 아침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현 정부와 이른바 ‘진보 진영’에 줄기차게 쓴소리를 하고 있다. 최근 신간《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에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진보가 아닌 전체주의’라고 비판했다. “무슨 일이 생기든 무조건 ‘나와 의견이 다르면 모두 적’이란 프레임을 씌워버린다”며 “자신들과 다른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입을 막는데 이것이 전체주의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다음은 진 전 교수와 한 1문 1답이다. ▷좌우 진영 논리가 아주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맞아요. 그런데 그건 아주 한국적인 현상입니다. 요즘같은 때 좌우가 딱 갈린다는 건 있을 수 없어요. 진보든 보수든 서로 의제가 중첩되는 부분들이 많잖아요. 그건 시대의 과제로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당연히 생기는 것이죠. 그런데 너무 이념적으로만 생각하니까 문제입니다.”
▷공정경제 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이나 부동산 정책, 검찰의 삼성 수사 등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전 경제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릅니다. 경제 관련 테마와 경제 정책 분석에 대해선 문외한입니다. 하지만 현 정부의 정책이 하나같이 실패하는 이유는 동일합니다.”
▷어떤 점입니까.
▶“패턴이 똑같아요. ‘이걸 하라’고 명령하고, 반발이 나오면 ‘말 안 듣는다’다 윽박지르고, ‘한다’고 결론을 내 버리죠. 현 정부는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대전제를 항상 깔고 있어요. 그 때문에 현장 관계자와 전문가에게 ‘이걸 하면 어떨까’라고 절대 질문하지 않아요. 자신들과 다른 입장을 가진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타협하고, 논쟁할 줄 모릅니다. 정책을 그저 ‘적을 무찌르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실무의 중요성을 아예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정책이 겉돌죠.”
▷개별 사안마다 다 그렇다는 말씀이시죠?
▶“그래서 굳이 사안별로 분석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다 똑같은 회로로 돌아가니까요.”
▷그렇다면 현 정부에서 가장 큰 실책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부동산이죠.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 균열이 일어난 결정적 계기고, 현 정부의 인사들과 여당이 얼마나 무식한지 보여준 단면이거든요. 한국 사회에서 ‘내집 마련’이 얼마나 중요한 인생의 목표인지 몰라요. 한국에서 집은 거주하는 공간, ‘사는 집’으로만 여겨지지 않잖아요. 노후보장과 투자의 수단이죠. ‘강남 사는 부자들을 때려 잡아야 한다’는 적대적 사고방식만 강조한 탓에 부동산 정책을 새로 내놓을 때마다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어요. 이걸 직시하지도 않고, 뭘 직시해야 하는지도 몰라요.”
▷“모른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어떤 뜻입니까.
▶“애초부터 NL(민족해방) 운동권 출신들이 생각하는 정치가 그래요. 이념을 현실화하는 것만 따지거든요. 자기들이 무엇을 모르는지 몰라요. 그래서 무슨 정책이 나오든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아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에 대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자기파악이 전혀 안 됐어요. 현장에 어떤 걸 물어봐야 하는지 모르니까 실제 시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고요.”
▷책에서 문재인 정부와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자들의 행위는 종교라고 지적하셨는데 조금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사실 관계를 따지는 게 아니라 사실을 만들어요. 김어준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이름도 ‘뉴스공장’이잖아요. 사실을 인위적으로 창조하고, 그걸 믿도록 만들어요. 지지자들은 여기에 반발하는 사람들을 적으로 돌리고, 무섭게 몰아붙이죠. 이런 게 종교가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현 정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NL 출신 인사들이 내세운 ‘의전 대통령’에 불과해요.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국민을 대통합하고 대안을 찾아 이끄는 리더십이 없어요. NL들이 꾸며 놓은 ‘아름다운 행사’에 액세서리 역할만 하고 있어요. 원래 정치할 뜻이 없었던 데다 자기만의 스토리도 없어요.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도 없었고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구’란 이미지로 떠밀리듯 대통령이 되었죠. 사실상 NL의 꼭두각시 같다고 볼 수 있어요.”
▷그래도 지지율은 40%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비상사태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봐요. 코로나19 방역 관련 긍정적 평가,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마음이 겹쳤습니다. 김어준이나 유시민 같은 선동 세력의 역할도 크고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보세요. 그렇게 희한하게 행동하고, 실제로 아무 일도 하지 않았지만 그를 숭배하는 지지자들이 여전히 많잖아요. 그런 트럼피즘 비슷한 모습이 한국에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회 여야 갈등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습니다.
▶“둘 다 문제가 너무 커서 어느 한쪽의 편을 들 수가 없습니다. 여당은 자신만이 옳다는 독선에 빠져 있고 세상사에 무식해요. 과거엔 뭔가 앞으로 나아간다는 모습이 있었는데 이젠 그냥 전체주의 집단으로 변해버렸어요. 야당은 시대의 변화에 어둡고, 자기들이 맞서는 상대인 여당을 제대로 알려 하지 않아요. 여전히 자신들이 한국의 중심 세력이라 생각해요. 가장 훌륭한 비판은 대안을 세우는 것인데 양쪽 모두 대안은커녕 서로 무엇을 비판해야 하는지조차 모릅니다.”
▷ ‘모두까기 인형’, ‘관심종자’란 별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남 눈치 별로 안 봐요. 그저 해야 할 이야기를 할 뿐입니다. 바깥에선 저를 진보에서 극우로 변신했다 하기도 하고, 그 반대로 말하기도 합니다. 저는 제 입장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생각하는 내용을 말할 뿐입니다. 그게 ‘먹물의 의무’잖아요. 제가 글을 올리고 나면 여러 사람들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 줘서 고맙다’는 연락을 많이 해요. 이런 현실 자체가 씁쓸하죠. 혼자서 하기가 점점 더 버겁고 외로워요.”
▷미학자에서 정치평론 논객으로 ‘먹물의 의무’를 실천한 계기가 무엇입니까.
▶“정치평론 논객이 된 건 제 스스로 원해서는 아니었어요. 19세기 유럽 낭만주의에선 천재가 곧 악마, 악마가 곧 천재란 식으로 천재와 악마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이와 관련해서 미학 논문을 썼는데 당시 이인화와 조갑제 등이 이 논문 중 일부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글에 무단 인용했어요. 거기에 맞서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논객이 됐죠. ‘정치적 진보와 미학적 진보는 같이 간다’는 말도 있어요. 탁현민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펼치는 스토리가 신파극이잖아요. 딱 그 정도일 뿐이란 뜻입니다. 정치적으로 가장 덜 발달한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힘들지 않으신가요.
▶“힘들어요. 그래서 중간에 3년 정도 쉬었어요. 너무 지쳐서. 황우석 사태나 심형래의 ‘디 워’ 관련 글 썼을 때 일이 정말 커졌고. 그런데 ‘먹물’이라면 자기 생각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일단 동양대에 사직서를 내고 나왔어요. 내가 공격하는 사람들이 내가 아닌 내 주변부터 먼저 건드릴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논객으로서 지치지 않으며 활동하고 계십니다.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딱히 하는 건 없어요. 그냥 뚜벅이로 살아요. 걸어다니거나 자전거 타고 다녀요. 아내랑 아들이 독일에 가 있으니 먹을 건 직접 요리하거나 편의점에서 사 먹어요. 예전에 다른 인터뷰에서 서울 강북 17평짜리 빌라에서 산다는 얘기도 했고. 그런데 이게 중요한 팩트일까요. 제 인생일 뿐인데 말이죠.”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이제 제가 할 말은 어느 정도 다 한 것 같아요. 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왜 그런지, 보수는 왜 그런지 비판할 말은 다 했어요. 지금까진 구체적 사안 별로 말했지만 앞으로는 이를 이론으로 정리하려고 해요. 이런 일련의 현상들이 나타나는 원인을 구조적으로 풀어야죠.”
글=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미학자이자 정치평론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57·사진)는 지난 20일 서울 연남동의 독립서점 아침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현 정부와 이른바 ‘진보 진영’에 줄기차게 쓴소리를 하고 있다. 최근 신간《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에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진보가 아닌 전체주의’라고 비판했다. “무슨 일이 생기든 무조건 ‘나와 의견이 다르면 모두 적’이란 프레임을 씌워버린다”며 “자신들과 다른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입을 막는데 이것이 전체주의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다음은 진 전 교수와 한 1문 1답이다. ▷좌우 진영 논리가 아주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맞아요. 그런데 그건 아주 한국적인 현상입니다. 요즘같은 때 좌우가 딱 갈린다는 건 있을 수 없어요. 진보든 보수든 서로 의제가 중첩되는 부분들이 많잖아요. 그건 시대의 과제로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당연히 생기는 것이죠. 그런데 너무 이념적으로만 생각하니까 문제입니다.”
▷공정경제 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이나 부동산 정책, 검찰의 삼성 수사 등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전 경제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릅니다. 경제 관련 테마와 경제 정책 분석에 대해선 문외한입니다. 하지만 현 정부의 정책이 하나같이 실패하는 이유는 동일합니다.”
▷어떤 점입니까.
▶“패턴이 똑같아요. ‘이걸 하라’고 명령하고, 반발이 나오면 ‘말 안 듣는다’다 윽박지르고, ‘한다’고 결론을 내 버리죠. 현 정부는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대전제를 항상 깔고 있어요. 그 때문에 현장 관계자와 전문가에게 ‘이걸 하면 어떨까’라고 절대 질문하지 않아요. 자신들과 다른 입장을 가진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타협하고, 논쟁할 줄 모릅니다. 정책을 그저 ‘적을 무찌르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실무의 중요성을 아예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정책이 겉돌죠.”
▷개별 사안마다 다 그렇다는 말씀이시죠?
▶“그래서 굳이 사안별로 분석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다 똑같은 회로로 돌아가니까요.”
▷그렇다면 현 정부에서 가장 큰 실책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부동산이죠.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 균열이 일어난 결정적 계기고, 현 정부의 인사들과 여당이 얼마나 무식한지 보여준 단면이거든요. 한국 사회에서 ‘내집 마련’이 얼마나 중요한 인생의 목표인지 몰라요. 한국에서 집은 거주하는 공간, ‘사는 집’으로만 여겨지지 않잖아요. 노후보장과 투자의 수단이죠. ‘강남 사는 부자들을 때려 잡아야 한다’는 적대적 사고방식만 강조한 탓에 부동산 정책을 새로 내놓을 때마다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어요. 이걸 직시하지도 않고, 뭘 직시해야 하는지도 몰라요.”
▷“모른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어떤 뜻입니까.
▶“애초부터 NL(민족해방) 운동권 출신들이 생각하는 정치가 그래요. 이념을 현실화하는 것만 따지거든요. 자기들이 무엇을 모르는지 몰라요. 그래서 무슨 정책이 나오든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아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에 대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자기파악이 전혀 안 됐어요. 현장에 어떤 걸 물어봐야 하는지 모르니까 실제 시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고요.”
▷책에서 문재인 정부와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자들의 행위는 종교라고 지적하셨는데 조금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사실 관계를 따지는 게 아니라 사실을 만들어요. 김어준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이름도 ‘뉴스공장’이잖아요. 사실을 인위적으로 창조하고, 그걸 믿도록 만들어요. 지지자들은 여기에 반발하는 사람들을 적으로 돌리고, 무섭게 몰아붙이죠. 이런 게 종교가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현 정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NL 출신 인사들이 내세운 ‘의전 대통령’에 불과해요.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국민을 대통합하고 대안을 찾아 이끄는 리더십이 없어요. NL들이 꾸며 놓은 ‘아름다운 행사’에 액세서리 역할만 하고 있어요. 원래 정치할 뜻이 없었던 데다 자기만의 스토리도 없어요.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도 없었고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구’란 이미지로 떠밀리듯 대통령이 되었죠. 사실상 NL의 꼭두각시 같다고 볼 수 있어요.”
▷그래도 지지율은 40%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비상사태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봐요. 코로나19 방역 관련 긍정적 평가,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마음이 겹쳤습니다. 김어준이나 유시민 같은 선동 세력의 역할도 크고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보세요. 그렇게 희한하게 행동하고, 실제로 아무 일도 하지 않았지만 그를 숭배하는 지지자들이 여전히 많잖아요. 그런 트럼피즘 비슷한 모습이 한국에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회 여야 갈등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습니다.
▶“둘 다 문제가 너무 커서 어느 한쪽의 편을 들 수가 없습니다. 여당은 자신만이 옳다는 독선에 빠져 있고 세상사에 무식해요. 과거엔 뭔가 앞으로 나아간다는 모습이 있었는데 이젠 그냥 전체주의 집단으로 변해버렸어요. 야당은 시대의 변화에 어둡고, 자기들이 맞서는 상대인 여당을 제대로 알려 하지 않아요. 여전히 자신들이 한국의 중심 세력이라 생각해요. 가장 훌륭한 비판은 대안을 세우는 것인데 양쪽 모두 대안은커녕 서로 무엇을 비판해야 하는지조차 모릅니다.”
▷ ‘모두까기 인형’, ‘관심종자’란 별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남 눈치 별로 안 봐요. 그저 해야 할 이야기를 할 뿐입니다. 바깥에선 저를 진보에서 극우로 변신했다 하기도 하고, 그 반대로 말하기도 합니다. 저는 제 입장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생각하는 내용을 말할 뿐입니다. 그게 ‘먹물의 의무’잖아요. 제가 글을 올리고 나면 여러 사람들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 줘서 고맙다’는 연락을 많이 해요. 이런 현실 자체가 씁쓸하죠. 혼자서 하기가 점점 더 버겁고 외로워요.”
▷미학자에서 정치평론 논객으로 ‘먹물의 의무’를 실천한 계기가 무엇입니까.
▶“정치평론 논객이 된 건 제 스스로 원해서는 아니었어요. 19세기 유럽 낭만주의에선 천재가 곧 악마, 악마가 곧 천재란 식으로 천재와 악마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이와 관련해서 미학 논문을 썼는데 당시 이인화와 조갑제 등이 이 논문 중 일부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글에 무단 인용했어요. 거기에 맞서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논객이 됐죠. ‘정치적 진보와 미학적 진보는 같이 간다’는 말도 있어요. 탁현민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펼치는 스토리가 신파극이잖아요. 딱 그 정도일 뿐이란 뜻입니다. 정치적으로 가장 덜 발달한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힘들지 않으신가요.
▶“힘들어요. 그래서 중간에 3년 정도 쉬었어요. 너무 지쳐서. 황우석 사태나 심형래의 ‘디 워’ 관련 글 썼을 때 일이 정말 커졌고. 그런데 ‘먹물’이라면 자기 생각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일단 동양대에 사직서를 내고 나왔어요. 내가 공격하는 사람들이 내가 아닌 내 주변부터 먼저 건드릴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논객으로서 지치지 않으며 활동하고 계십니다.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딱히 하는 건 없어요. 그냥 뚜벅이로 살아요. 걸어다니거나 자전거 타고 다녀요. 아내랑 아들이 독일에 가 있으니 먹을 건 직접 요리하거나 편의점에서 사 먹어요. 예전에 다른 인터뷰에서 서울 강북 17평짜리 빌라에서 산다는 얘기도 했고. 그런데 이게 중요한 팩트일까요. 제 인생일 뿐인데 말이죠.”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이제 제가 할 말은 어느 정도 다 한 것 같아요. 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왜 그런지, 보수는 왜 그런지 비판할 말은 다 했어요. 지금까진 구체적 사안 별로 말했지만 앞으로는 이를 이론으로 정리하려고 해요. 이런 일련의 현상들이 나타나는 원인을 구조적으로 풀어야죠.”
글=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