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집은 무엇일까" '인터뷰 집'은 이런 의문에서 시작했습니다.

투자 가치를 가지는 상품, 내가 살아가는 공간. 그 사이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을 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오를만한 아파트를 사는 것이 나쁜 건 아닙니다. 그것으로 돈을 버는 것도 죄악은 아니겠죠. 하지만 누구나 추구해야하는 절대선도 아닐 겁니다.

기사를 통해 어떤 정답을 제시하려는 게 아닙니다. 누가 옳다 그르다 판단할 생각도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각자가 원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나누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집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인터뷰는 나이, 직업, 학력, 지역 등에서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려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말씀하시고 싶은 분, 내 주변에 사람을 추천해주시고 싶으시다면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직접 찾아가 만나겠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아파트는 한국에서 가장 표준화된 주거형태다.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국내 전체주택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50.1%(2019년 기준)에 달한다.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셈이다.

이런 보편성에도 한국의 아파트는 '닭장', '성냥갑' 등으로 비하된다. 해외에는 없는 한국만의 이상한 주거 문화로 여겨지기도 한다. 일부 정치인들은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며 아파트 선호현상을 비판한다. 정말 아파트는 문제가 많은 주거 형태일까.

최근 '아파트가 어때서'라는 책을 낸 양동신 작가는 27일 인터뷰에서 "아파트는 인류 최적의 주거 대안"이라며 "아파트만큼 적은 땅을 차지하면서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하는 건축물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아파트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과거에 지어진 아파트를 부수고 다시 짓는 재건축도 꼭 필요하다고 했다. 인터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전화로 이뤄졌다.
양동신 작가. 출판사제공
양동신 작가. 출판사제공

◆모든 건물이 유적은 아니다

양 작가는 대형 건설사에서 10여년을 일했다. 인공구조물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이 안타깝다고 했다.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는 것이 꼭 답은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파트가 어때서'는 그의 이런 생각이 담긴 책이다.

그는 아파트 예찬론자다. 아파트가 가장 효율적인 주거 형태라고 했다. 한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에 속하는 서울 압구정현대아파트를 예로 들었다. 40~50평대 아파트 기준, 실제 각 세대가 점유하는 땅은 10평 내외다. 그는 "집 한채에 30억~40억원 하는 엄청난 자산을 소유한 사람들도 보유한 대지면적은 10평도 안 된다"며 "엄청나게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 이들이 서울 평창동 등에 있는 저택 처럼 큰 집을 선호하게 되면 서민들은 모두 외곽으로 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부자들이 강남 아파트를 소유한 것에 만족할 수록, 사회 전체적으로는 효율적으로 토지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래된 아파트의 재건축도 촉진돼야 한다고 했다. 세법 상 전세계 대부분 나라의 구조물 내용연수는 보통 40~50년이라는 것이다. 그는 "콘크리트 구조물이라는 것이 탄산화(중성화)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태생 자체가 40~50년 후에는 보강을 하거나 재건축을 해야 한다"며 "그간 발전한 과학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건물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적 건물을 유지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모든 건물을 유적화 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복궁, 창경궁 같은 유적지를 보존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라며 "생활과 밀접한 것들은 모두 유적화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종로에 있는 센트로폴리스를 예로 들었다. 양 작가는 "신축 오피스 건물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지하 2층에서 밥도 먹지만 지하 1층에는 유물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며 "문화재 보존과 개발을 잘 조화시킨 케이스"라고 말했다.

재건축을 해야 젊은 세대도 서울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했다. 그는 "뉴타운을 지을때 거기에 오래 살던 원주민들이 평생을 여기 살았는데 못살게 하냐고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 집을 헐고 30~40층짜리 아파트를 지어야 새로운 세대가 서울로 진입할 수 있는 것"이라며 "도시는 순환, 재생돼야 건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학군과 교통은 포기 못해

그가 집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입지다. 자녀교육을 위해 초·중·고등학교가 가까이 있어야 한다. 회사에 출퇴근하기 편한 위치에 있는 것도 중요하다. 그가 1기 신도시에 자리를 잡은 것도 이때문이다.

양 작가는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는 동료집단이 가장 중요하다"며 "양육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부모들이 있고, 그에 맞춰 열심히 살아가려는 아이들이 모여있는 환경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떤 집에 살고 싶다는 로망은 없다. 요즘 지어진 30평대 아파트라면 다 좋다고 했다. 그는 건설사들이 이미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조사해서 지은 것이 지금의 신축 분양 아파트라고 했다. 그는 "아이폰이 12까지 나오면서 모양, 기능이 변했듯이 아파트도 1970년대 지어진 것과 지금 신축은 완전히 다르다"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부자들이 강남 아파트에 만족하는건 엄청나게 고마운 일" [강영연의 인터뷰집]
단독 주택에 대한 로망은 이해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고려하라고 조언했다. 그의 부모님 역시 은퇴 후 제주도에서 단독 주택을 짓고 사는데 불편한 점이 많다고 했다. 양 작가는 "건물을 짓는 단계부터 일반인이 건축사들을 상대하는 것이 쉽지 않고, 도시가스·지역난방·초고속 인터넷 등 아파트에서 당연히 누리던 것들도 포기했다"며 "유지보수, 안전 등도 아파트와 비교하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오르기만 하는 자산 없다…영끌 신중해야

그는 서울 집값 안정화를 위해 1기 신도시에 대한 교통망 확충을 제안했다. 양 작가는 "분당이 1기 신도시 중 가장 주목받게 된 이유는 신분당선, 광역버스 등 교통이 편리하기 때문"이라며 다른 1기 신도시도 교통 편리성을 제고함으로써 매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분석했다. 그는 "1기 신도시에 지하철 노선을 추가로 연장하고, 간선급행버스체계(BRT)같은 것을 만들고, 용적률을 높여 재건축도 활발하게 해야 한다"며 "후속 조치가 따르지 않으면 3기 신도시 출범과 함께 1기 신도시가 슬럼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30~40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자금으로 집을 사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심정적으로 이해는 되지만 걱정도 된다"며 "모든 재화의 가격은 등락이 있기 마련이고 부동산도 끝없이 상승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양 작가는 "본인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면 영끌도 괜찮지만 아니라면 조심스럽게 접근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집에서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책장, 리클라이너 소파, 이불이었다. 양 작가는 "집에서 쉴 때 리클라이너 소파위에 누워서 이불을 덮고 있는데 정말 편하다"며 "보통 집보다는 밖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해서 집은 쉴 수 있는 공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