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먹고, 혁신하고, 사랑하라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엘리자베스 길버트라는 저널리스트의 자전적 소설이면서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된 작품이다. 주인공은 1년간 이탈리아, 인도, 발리에서 먹고 명상하며 새로운 사랑을 만난다.

어느 컨설턴트는 이 작품의 주인공처럼 이곳저곳을 여행했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 새로운 음식을 접하는 즐거움, 새로운 사람들을 통해 체험하는 문화는 다양성에 대한 넓은 이해 그리고 혁신에 대한 모티베이션(동기)이 돼주기도 했다.

지금은 소프트웨어 회사를 경영하지만 25년을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세계 각지에서 일했다. 업무가 우선이 되니 관광지나 명소에 발자국을 남길 틈은 부족했다. 하지만 고객들, 도시의 식당들, 거리에서 만나는 현지인들과의 어울림으로 문화를 체험하고, 거기서 새로운 배움을 얻는 즐거움은 컸다.

현지인이 추천하는 식당을 찾아가는 모험을 반복하며 몇 가지 특징을 발견했다. 첫째, 사람들이 북적북적하고 시끌벅적하다. 대부분 처음 봐도 서로를 반가워하고, 스치는 눈인사에도 친절함을 느낀다. 식당 주인과 종업원, 손님들이 같이 만들어내는 짧은 2~3시간이 통째로 그날의 그리고 그 동네의 문화가 돼버린다.

둘째, 식전 빵이 정말 맛있다. 나는 특히 귀리, 호밀빵 등을 좋아하는데, 레스토랑 고유의 효모와 기술로 구워내서 잡곡 특유의 거칠음에 부드러움이 더해진 것이 마치 좋은 사람과의 만남에서 느끼는 상대방에 대한 첫인상 같다. 30분이 지나면 딱딱해지기 마련이지만 저렴한 현지 와인과 10분이면 즐겁게 소화되는 식전 빵은 마치 소울푸드와 같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마지막 화룡점정은 그 식당만의 디저트다. 북적이는 사람들이 빠르게 연결과 소통을 해주고, 향긋한 식전 빵은 강렬한 첫인상으로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디저트는 이곳의 기억을 이후 삶의 경험과 연결해 더 좋은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모티베이션이 됐다. 나는 어느 동네의 식당과 그 순간 관계를 맺었고, 문화를 배웠고, 그건 살아가며 때때로 아이디어의 모티베이션이 됐다.

과거에는 문화를 체험하려면 유적지를 방문하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졌다. 현재의 문화는 동시대에 사는 그 도시의 사람들과 그들의 일상을 통해 배우는 것 같다. 스웨덴에서 일할 때는 밤만 계속되는 긴 겨울에 지친 현지인들이 몇 달씩 휴가를 가고 나와 같은 외지인만 남아 일하는 황당한 상황도 있었다. “수개월을 밤만 겪었잖아, 우리라도 그럴 거야.” 당연한 일인 듯 공감해준 인도인 컨설턴트가 생각난다.

몇 시간 동안 어울린 동네 식당은 영화와 책, 유적지에서 본 간접 경험보다 더 많은 배움을 줬고 그것은 컨설턴트로서, 경영인으로서 지금의 나를 만드는 소중한 자산이 됐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물리적인 움직임이 힘들다. 그렇지만 언제나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먹고, 혁신하고! 사랑하라. 나에게는 언제나 가장 중요한 테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