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최근 1962년 국회 회의록을 찾아봤다. 1962년은 상법이 제정된 해다. 감사(위원) 선임 시 아무리 많은 주식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개별 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한다는 문구도 이때 들어갔다.
58년 前 상법 답습한 '3%룰'…왜 3%로 제한했는지 아무도 몰라
회원사 중에는 ‘3% 룰’ 때문에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고 감사 선임 안건이 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수많은 숫자 중 하필 ‘3%’라는 기준을 정했는지 근거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60년 전 회의록은 남아있지 않았다. 정 부회장은 “어떤 기준으로 3%를 정했는지 알 수도 없는 60년 전 법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이라며 “이렇게 인위적으로 의결권을 제한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했다.

기준을 알 수 없는 ‘숫자 3’이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 8월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상법 일부개정안은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쳐 최대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하지만 어떤 기준으로 3%라는 상한선을 정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여당에서도 박정희 대통령 시절 정부가 주요 기업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대주주 의결권 3% 제한’이 아직까지 아무런 비판 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원행정처는 최근 3%룰에 대해 “주주권의 본질에 반하며 ‘주식 평등의 원칙’ ‘1주 1의결권 원칙’의 예외를 과도하게 인정하는 것이 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현행 상법에도 감사(위원) 선임 시 ‘3%룰’은 존재한다. 다만 기업 규모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자산 2조원 미만의 기업은 ‘감사’를 선임하고, 2조원 이상의 기업은 ‘감사위원회’를 꾸려야 한다. 감사를 선임할 때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쳐 3%로 의결권을 제한한다. 그 외 주주는 각각 3%로 제한한다.

주주총회에서 의사결정에 관한 기본원칙이 다수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3%룰은 주주 의사를 왜곡시킬 수밖에 없다. 이연구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소수주주의 지배주주에 대한 감시 기능을 강화한다는 목적만으로 3% 룰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국회에서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하는 경우 거대 여당의 의결권은 국회 전체 의석의 3%로 제한할 수 있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