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과 점심 후 발 헛디뎌 사망…法 "업무상 재해"
사장과 늦은 점심 겸 회식을 마치고 2차 자리로 이동하던 중 실족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 (수석부장판사 김국현)는 숨진 A씨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등을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사장까지 포함해 3명이 있는 작은 회사에서 일했다. 현장업무를 담당했던 A씨는 지난해 1월 사장과 경기 시흥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한 뒤 2차 자리로 이동하던 중 실족해 머리를 다쳤다. A씨는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내출혈을 원인으로 9일 뒤 사망했다.

A씨는 사고 당일 새벽 6시 경기 시흥에서 출발해 사장 집이 있는 서울 양천구로 이동한 후 함께 서울 서초구에 있는 작업현장으로 이동했다. 오후 2시 작업을 완료한 이들은 다시 사장 자택으로 돌아온 뒤 인근 식당에서 늦은 점심 겸 회식자리를 가졌다.

근로복지공단은 사고 당시 회식이 단순 친목행사에 불과하며 사망 장소도 통상적인 출퇴근 경로가 아니라는 이유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은 A씨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출퇴근이란 주거와 취업장소 사이의 이동을 말한다"며 "작업을 마치고 사업주 거주지로 이동한 것은 아직 망인의 퇴근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이며 사고는 망인이 퇴근하기 전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고 당일 회식에는 직원 3명 중 2명이 참석했고 그 회식은 현장 작업이 지연돼 점심식사를 겸하는 자리였다"며 "사건 회식은 업무의 연장으로 이뤄진 범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