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 제10주기 추모행사'에서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이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23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 제10주기 추모행사'에서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이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10주기를 맞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아무런 관련 입장도 내지 않았다. 야권은 여당이 북한 눈치를 보느라 우리 국민이 희생된 사건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선 연평도 10주기 관련 발언은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연평도 포격은 분단 이후 북한이 우리 땅 민간인 거주 지역을 타격한 최초의 사건. 민간인 2명과 우리 병사 2명 등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당 지도부 7명은 저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공수처, 보궐선거, 동남권 신공항 등을 주제로 발언을 했다. 민주당은 이날 연평도 10주기와 관련된 논평도 별도로 내지 않았다.

청와대 역시 연평도 10주기 관련 언급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올해 들어 처음으로 연가를 사용했다. 당초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문 대통령 주재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도 취소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주간 총 6개의 정상외교 일정을 소화했다. 마지막 정상회의였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이날 새벽에 끝나 휴식 차원에서 연가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같은 시각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는 연평도 포격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으로 회의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보수 야권은 여권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10년 전 오늘 북한은 백주대낮에 선전포고도 없이 대한민국의 영토인 연평도를 포격 도발했다"며 "같은해 3월 천안함 피격이 일어난 지 불과 8개월 만에 벌어진 일로 휴전 이래 최초로 자행한 민간 거주 구역에 대한 공격이자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도발 행위였다"고 지적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하지만 1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 안보 상황은 그때보다 나아진 게 없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형체도 없이 폭파하고 우리 국민을 총살하고 불태워도 이 정부는 잠잠하다"며 "문재인 정부는 우리 국민을 살해한 북한에 '살인자'라 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국민의 죽음엔 등을 돌리고 종전선언이라는 허상만 쫓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광복절 광화문 보수집회를 주도한 사람들을 '살인자'라고 불러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화상으로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이 대표의 자가격리로 화상으로 참석해 주재했다. 사진=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화상으로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이 대표의 자가격리로 화상으로 참석해 주재했다. 사진=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연평도 포격은 무고한 민간인에게 가해진 잔인무도한 공격이었다"면서 "문재인 정권의 이러한 태도(저자세 외교)가 정상적인 국가가 취할 자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북한을 비롯한 외부 누구라도 우리의 영토를 침범하면 단호히 격퇴해야 하고,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해쳤다면 끝까지 쫓아가 책임을 묻고 처벌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국회를 찾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연평도 10주기와 관련 "희생된 장병과 민간인의 죽음을 추모한다"면서도 포격 도발 주체는 명시하지 않았다. 그는 "이런 일들이 우리가 마주한 분단의 가슴 아픈 현실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절감한다. 어떠한 시련과 어려움이 있더라도 남북관계를 평화번영의 미래로 만들기 위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 6월 북한이 일방적으로 폭파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관련해서는 "아주 잘못된 행위"라면서도 기존 연락소 복귀를 넘어 서울-평양 대표부, 개성·신의주·나진·선봉 연락소까지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