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업부채 비율 상승 속도가 괄목할 만큼 빨라지고 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 기업’이 전체 3분의 1가량에 달하는 상황에서 부채 비율마저 높아지면서 기업의 줄도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 부채는 글로벌 기준으로 아직 낮은 편에 속하지만 증가 속도가 빨라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한국의 비금융기업 부채 비율은 110.2%로, 홍콩(260%) 중국(166.3%) 일본(122.1%) 유로존(114%) 등에 이어 34개국 가운데 상위 8위였다.

한국의 기업부채 비율은 작년 동기보다 1년 새 9.4%포인트 상승했다. 상승폭은 세계 12번째로 컸다.

기업부채 비율이 상승한 것 외에 한국 기업의 재무구조가 나빠졌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한국은행의 ‘2019년 기업경영분석’을 보면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은 조사 대상 기업의 36.6%로, 2018년(35.2%)보다 1.4%포인트 상승했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이 비율이 100%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사태로 올 들어 기업 재무 구조는 더 나빠질 전망이다. 한은은 ‘2020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코로나19 충격으로 올해 이자보상비율이 100%를 밑도는 기업 비중이 47.7~50.5%로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정부부채 비율은 올 3분기 말 기준 45.9%로 34개국 가운데 22위였다. 정부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일본(257.2%)이었고 기축통화국인 영국(130.1%), 미국(127.2%) 등은 100%를 웃돌았다. 한국의 정부 부채비율 증가 속도는 최근 1년 새 5.1%포인트로 상위 20번째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대응 등을 위해 정부 씀씀이가 크게 늘어나면서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10월 보고서에서 “고령화로 지출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 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재정에 위험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익환 기자 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