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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체력 기준 바꿔서 여성 소방관 늘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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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무특성 고려 안한 성비조정
    '여성 찬스'라는 비판 나올 수도

    정지은 지식사회부 기자 jeong@hankyung.com
    [취재수첩] 체력 기준 바꿔서 여성 소방관 늘려라?
    “무턱대고 여성 채용만 늘리라고 하면 어떡합니까.” 최근 만난 한 공기업의 여성 직원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여성 소방관 채용을 늘리라는 여성가족부의 요구로 소방청이 곤혹스러워한다는 소식에 화가 났다고 했다. 여가부가 오히려 양성평등 분위기를 망친다는 토로가 이어졌다. “여성 비율만 높이려는 여가부 때문에 열심히 하는 여성들까지 손가락질을 받아요. ‘아빠 찬스보다 여성 찬스가 유리하다’는 남성 동료들의 비아냥이 두렵습니다.”

    여가부는 지난 2일 소방청에 “소방관 공개채용 중 여성 비율이 낮으니 체력기준 등 채용방법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소방청은 이달 말까지 개선 계획을 세워 여가부에 내야 한다. 그동안 소방관은 남녀 인원을 정해놓고 선발해왔다. 올해 선발한 4844명 중 여성 비율은 8.4%였다.

    소방관의 여성 정원이 적은 것은 소방업무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소방청은 설명했다. 소방관은 다양한 현장에서 화재 진압, 인명구조 등의 활동에 나서야 하는 만큼 체력 경쟁력이 최우선이다. 상대적으로 체력이 좋은 남성이 더 필요하다는 전언이다. 119구조대는 특수부대 근무 경력자만 지원할 수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성이 대부분일 수밖에 없다.

    경찰청도 2023년 순경 채용부터 남녀 구분을 없애고 체력시험을 절대평가로 시행하는 방안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를 적용하면 여경의 90%가 합격할 수 없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와서다. 여성을 차별하려고 적게 뽑는 게 아니라 업무 특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 있다는 게 현장의 얘기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여성 비율 확대에만 초점을 두는 것은 무리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여가부는 2017년부터 매년 두 차례 공공기관, 경찰, 군 등 공공부문의 여성 관리자 및 채용 비율을 발표한다.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를 내세우면서다. 취지에 공감하는 의견도 많다. 공공부문부터 조직 구성원의 다양성을 확보하면 양성평등을 확산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실상은 다르다. 또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여가부는 여성 비율이 전년 동기보다 얼마나 늘었는지 숫자만 본다”며 “개인별 능력과 조직 업무 특성, 성별 간 균형 등을 깊이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당장 여성 비율을 늘리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양성평등 전략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성 인력이 필요한 자리를 발굴하고, 그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게 먼저다. 업무 특성상 성비 조정이 어려운 영역까지 억지로 흔든다고 양성평등 시대가 열리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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