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도입 등을 강제하는 법안에 경영계가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23일 발표했다. 개정안은 △기업 규모별 단계적 퇴직연금제도 도입 및 위반 시 과태료 3000만원 △확정급여형 퇴직연금(DB형) 가입 사업장의 최소적립비율 준수 및 위반 시 과태료 1000만원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DB형 가입 사업장에 대한 적립금운용위원회 설치 및 적립금운용계획서 작성 의무화와 위반 시 과태료 500만원도 포함돼 있다.

경총은 개정안에 대해 “개별 기업의 다양한 경영 여건과 업종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퇴직연금 도입과 최소적립비율 준수 등을 획일적으로 강제할 경우 기업은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없으며 과잉 입법의 소지도 크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기업 규모별로 정해진 기한 내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으면 퇴직급여 미지급 시 벌금에 준하는 3000만원을 과태료로 부과하겠다는 규정에 대해 “퇴직연금 미도입 사업장을 잠재적 퇴직급여 미지급 사업장으로 예단해 행정벌을 가하는 전형적 과잉 입법”이라고 주장했다.

DB형 가입 사업장의 최소적립비율을 내년부터 90%에서 100%로 올리는 규정 역시 기업의 위기 대응을 어렵게 한다는 게 경총의 의견이다. 경총은 적립금운용위원회 설치에 대해선 “위원회 운영 등에 따른 비용과 업무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욱 경총 사회정책본부장은 “퇴직연금 도입에 대한 선택권을 인정하는 것이 일자리와 근로자 수급권 보호에 효과적”이라며 “퇴직연금 적립금에 대한 손비인정률 확대 등 세제 지원을 통해 제도 전환과 실질적 적립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