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5억건 '특허 빅데이터' 분석…韓 수소산업·2차전지 항로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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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청·특허전략개발원, AI·IoT 등으로 분석대상 확장
韓 수소산업 특허 세계 4위지만
연료전지 부문서만 선방 중
수소 저장·수송 인프라 확장 필요
'제2의 반도체' 2차전지
日 압도적 특허 경쟁력·中 추격
첨단기술 스타트업 육성 시급
韓 수소산업 특허 세계 4위지만
연료전지 부문서만 선방 중
수소 저장·수송 인프라 확장 필요
'제2의 반도체' 2차전지
日 압도적 특허 경쟁력·中 추격
첨단기술 스타트업 육성 시급
기술 패권을 쥐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특허청과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은 산업 지형을 바꿀 수 있는 고급 기술을 분석해 연구개발(R&D) 방향을 알려주는 ‘특허 빅데이터 분석’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전 세계 4억5000만여 건의 특허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이 사업은 지난해 처음 시작됐다. 망망대해와 같은 첨단기술 시장에서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특허청과 특허전략개발원은 수소산업, 시스템반도체, 차세대전지, 바이오·헬스, 디스플레이 5개 분야에 대한 분석을 마쳤다. 현재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가전, 재생에너지, 자율주행차, 무인비행체(드론) 5개 분야에 대한 분석을 진행 중이다. 올 들어 특허청은 ‘특허빅데이터담당관’을 신설했다. 특허전략개발원은 ‘국가특허빅데이터센터’를 새로 열었다.
미국 일본 독일 등은 2000년대 초반부터 수소산업 육성에 대한 국가적 마스터플랜을 가동하고 있다. 수소 저장, 인프라 구축, 활용 등 부문별 기술 관련 특허 출원도 갈수록 늘고 있다. 글로벌 수소산업 특허 출원량은 일본과 중국이 각각 1, 2위로 전체 출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4위권이지만 특허출원이 활용 부문(연료전지)에 치우쳐 있다. 수소 생산, 저장, 인프라 부문의 특허 경쟁력이 미흡한 상태다.
특허청 관계자는 “수소산업 전 부문에 걸쳐 글로벌 대기업을 배출하고, 중소기업이 소재 부품을 공급하는 일본 등에 비해 생태계 구축이 거의 안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생산(미쓰비시, 히타치 등)-저장 및 운송(지요다, 미쓰이 등)-수소충전소(도요타, 닛산, 혼다 등)-연료전지(파나소닉, 도시바 등)-발전(가와사키, MHPS 등) 등 전 분야에 걸쳐 생태계가 구축돼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물 전기분해’ 수소생산 기술은 국내에서 엘켐텍, 이엠코리아, 아크로랩스 등 중소기업 몇 곳만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 지멘스, 일본 미쓰비시 등 대기업이 주도하는 글로벌 추세와 상이하다.
특히 대용량 수소를 싸게 저장하고 운송하는 액상수소화합물(LOHC) 기술에 대한 미국·독일·일본 기업의 경쟁이 치열하다. 일본 지요다, 독일 하이드로지니어스테크 등이 LOHC 전반에 걸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 중이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바닷물을 전기분해하고 수소를 생산한 뒤 이를 LOHC로 전환해 저장·수송하는 시스템, 발전기 폐열을 활용한 수소생산 및 저장·운송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연료전지는 수소산업 가운데 한국이 선방하고 있는 분야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PEMFC)의 경우 한국의 특허 출원은 많은 편이나, 핵심소재 및 부품은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PEMFC엔 도요타 혼다 닛산 덴소 파나소닉 등 선도기업의 특허장벽이 높게 구축돼 있어 이에 대한 회피전략 및 R&D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는 특허출원도 미미하면서 기술 해외 의존도가 높다. 반면 AEMFC(음이온교환막연료전지)는 특허시장이 아직 무주공산이다. AEMFC 같은 분야에 △대학과 출연연구소의 기초연구 △중소기업의 부품소재 원천기술 △대기업의 규모의 경제 경쟁력을 결합한 ‘컨소시엄형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특허청의 제안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2차전지의 4대 소재(양극·음극활물질, 전해액, 분리막)는 중국이 압도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 전지 외장재나 전극 바인더 등은 일본 의존도가 높다. 세계 최초로 리튬이온전지를 상용화한 일본은 정작 산업 주도권을 한국과 중국에 뺏긴 후 절치부심해 차세대 전지 분야에서 강력한 글로벌 특허장벽을 구축하고 있다. 리튬이온전지 성능을 넘어 ‘2차전지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전고체전지 분야가 대표적이다.
전고체전지는 리튬전지 내 이온이 오가는 통로인 가연성 액체 전해질을 난연성 또는 불연성 고체로 대체한 전지다. 가장 유력한 소재인 황화물계 전고체전지의 경우 세계적으로 출원된 특허의 85% 이상을 일본이 갖고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공정기술 난도가 매우 높은 기술”이라며 “황화물계 물질에 대한 특허장벽 분석 및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추격도 거세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고체·리튬금속·리튬황·리튬공기전지 등 차세대 전지 주제 글로벌 논문 가운데 70% 이상을 중국이 펴냈다. 특허청 관계자는 “차세대 전지 시장 확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지가 강력하다”며 “일본의 핵심소재, 공정기술 및 특허장벽 못지않은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차전지 관련 중소기업 생태계가 부실한 것도 한계로 지목되고 있다. 천보, 솔브레인, 에코프로비엠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중견·중소기업이 있긴 하지만 이들 외엔 손에 꼽을 정도로 수가 적다. 특허청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에너지 기술 상용화가 고비용, 장기간이라는 확고한 인식하에 대학·연구소 기반 창업→국가 R&D 펀딩→민간 투자유치 등 체계적인 메커니즘을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사이언파워, 아이오닉머티리얼즈, 퀀텀스케이프, 솔리드에너지, 솔리드파워 등 세계적인 스타트업을 배출했다. 이들은 폴크스바겐, 다이슨, 보쉬, GM, 현대자동차, SK그룹 등으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거나 인수됐다. 특허청 관계자는 “기술 난도가 높고 오랜 R&D가 요구되는 차세대 전지 기술 상용화엔 스타트업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지난해 특허청과 특허전략개발원은 수소산업, 시스템반도체, 차세대전지, 바이오·헬스, 디스플레이 5개 분야에 대한 분석을 마쳤다. 현재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가전, 재생에너지, 자율주행차, 무인비행체(드론) 5개 분야에 대한 분석을 진행 중이다. 올 들어 특허청은 ‘특허빅데이터담당관’을 신설했다. 특허전략개발원은 ‘국가특허빅데이터센터’를 새로 열었다.
수소산업 생태계 구축 절실
각국의 탄소중립 선언 등 에너지산업 기조 변화에 따라 수소기술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2050년께 수소는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18%를 담당하고, 연매출 2조5000억달러 규모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미국 일본 독일 등은 2000년대 초반부터 수소산업 육성에 대한 국가적 마스터플랜을 가동하고 있다. 수소 저장, 인프라 구축, 활용 등 부문별 기술 관련 특허 출원도 갈수록 늘고 있다. 글로벌 수소산업 특허 출원량은 일본과 중국이 각각 1, 2위로 전체 출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4위권이지만 특허출원이 활용 부문(연료전지)에 치우쳐 있다. 수소 생산, 저장, 인프라 부문의 특허 경쟁력이 미흡한 상태다.
특허청 관계자는 “수소산업 전 부문에 걸쳐 글로벌 대기업을 배출하고, 중소기업이 소재 부품을 공급하는 일본 등에 비해 생태계 구축이 거의 안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생산(미쓰비시, 히타치 등)-저장 및 운송(지요다, 미쓰이 등)-수소충전소(도요타, 닛산, 혼다 등)-연료전지(파나소닉, 도시바 등)-발전(가와사키, MHPS 등) 등 전 분야에 걸쳐 생태계가 구축돼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물 전기분해’ 수소생산 기술은 국내에서 엘켐텍, 이엠코리아, 아크로랩스 등 중소기업 몇 곳만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 지멘스, 일본 미쓰비시 등 대기업이 주도하는 글로벌 추세와 상이하다.
특히 대용량 수소를 싸게 저장하고 운송하는 액상수소화합물(LOHC) 기술에 대한 미국·독일·일본 기업의 경쟁이 치열하다. 일본 지요다, 독일 하이드로지니어스테크 등이 LOHC 전반에 걸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 중이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바닷물을 전기분해하고 수소를 생산한 뒤 이를 LOHC로 전환해 저장·수송하는 시스템, 발전기 폐열을 활용한 수소생산 및 저장·운송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연료전지는 수소산업 가운데 한국이 선방하고 있는 분야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PEMFC)의 경우 한국의 특허 출원은 많은 편이나, 핵심소재 및 부품은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PEMFC엔 도요타 혼다 닛산 덴소 파나소닉 등 선도기업의 특허장벽이 높게 구축돼 있어 이에 대한 회피전략 및 R&D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는 특허출원도 미미하면서 기술 해외 의존도가 높다. 반면 AEMFC(음이온교환막연료전지)는 특허시장이 아직 무주공산이다. AEMFC 같은 분야에 △대학과 출연연구소의 기초연구 △중소기업의 부품소재 원천기술 △대기업의 규모의 경제 경쟁력을 결합한 ‘컨소시엄형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특허청의 제안이다.
‘2차전지 스타트업’ 육성해야
2차전지 등 차세대전지는 LG화학, 삼성SDI 등이 약진하고 있어 삼성전자 반도체에 이은 제2의 한국 기업 신화가 기대되는 분야다. 차세대전지 수요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자동차를 비롯해 킥보드·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 퍼스널모빌리티, 드론, 휠체어, 유모차, 재활로봇, 보청기, 홈케어미용기기, 예초기 등 정원공구, 무선청소기, 휴대용청정기, 캠핑용품 등이다. 그러나 원천기술, 소재·부품 경쟁력 등에서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신세라 언제 판도가 뒤집힐지 예측하기 어렵다.특허청에 따르면 2차전지의 4대 소재(양극·음극활물질, 전해액, 분리막)는 중국이 압도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 전지 외장재나 전극 바인더 등은 일본 의존도가 높다. 세계 최초로 리튬이온전지를 상용화한 일본은 정작 산업 주도권을 한국과 중국에 뺏긴 후 절치부심해 차세대 전지 분야에서 강력한 글로벌 특허장벽을 구축하고 있다. 리튬이온전지 성능을 넘어 ‘2차전지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전고체전지 분야가 대표적이다.
전고체전지는 리튬전지 내 이온이 오가는 통로인 가연성 액체 전해질을 난연성 또는 불연성 고체로 대체한 전지다. 가장 유력한 소재인 황화물계 전고체전지의 경우 세계적으로 출원된 특허의 85% 이상을 일본이 갖고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공정기술 난도가 매우 높은 기술”이라며 “황화물계 물질에 대한 특허장벽 분석 및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추격도 거세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고체·리튬금속·리튬황·리튬공기전지 등 차세대 전지 주제 글로벌 논문 가운데 70% 이상을 중국이 펴냈다. 특허청 관계자는 “차세대 전지 시장 확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지가 강력하다”며 “일본의 핵심소재, 공정기술 및 특허장벽 못지않은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차전지 관련 중소기업 생태계가 부실한 것도 한계로 지목되고 있다. 천보, 솔브레인, 에코프로비엠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중견·중소기업이 있긴 하지만 이들 외엔 손에 꼽을 정도로 수가 적다. 특허청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에너지 기술 상용화가 고비용, 장기간이라는 확고한 인식하에 대학·연구소 기반 창업→국가 R&D 펀딩→민간 투자유치 등 체계적인 메커니즘을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사이언파워, 아이오닉머티리얼즈, 퀀텀스케이프, 솔리드에너지, 솔리드파워 등 세계적인 스타트업을 배출했다. 이들은 폴크스바겐, 다이슨, 보쉬, GM, 현대자동차, SK그룹 등으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거나 인수됐다. 특허청 관계자는 “기술 난도가 높고 오랜 R&D가 요구되는 차세대 전지 기술 상용화엔 스타트업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