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오는 25일 총파업과 함께 또 전국 동시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14일에도 서울 내 30개 장소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바 있다.

23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노동개악 저지 1차 총파업 및 총력투쟁 대회'를 2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해 추진 중인 노동조합법 개정안의 일부 내용을 문제 삼아 총파업을 결정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노조 간부들을 중심으로 서울 등 전국 곳곳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최근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신규 확진자가 크게 늘었지만 정부는 이들 집회를 사실상 허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천절 보수단체 집회를 원천 봉쇄한 것과는 비교되는 대응이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4일 국회에서 8·15 광화문 집회와 관련해 "집회 주동자들은 살인자"라고 발언한 바 있다.

방역당국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집회 하루 전인 24일 0시부터 2단계로 격상하지만 집회·시위의 집합금지 기준은 1.5단계와 마찬가지로 '100명 이상'으로 유지한다.

다만 서울시는 서울 전역의 10인 이상 집회를 오는 24일 0시부터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찰도 민노총 집회와 관련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방역 기준을 위반하면 엄정 조치할 예정"이라며 "서울시 방역수칙에 따라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방역'을 이유로 개천절 집회는 금지했었다. 집회 예정일 하루 전부터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 경찰 버스 500대와 철제 바리케이드 1만여 개를 설치했고, 집회 당일엔 경찰 인력 1만2000명까지 동원해 일대를 완전히 봉쇄했다.

개천절 집회를 앞둔 지난 10월 1~2일 코로나 일일 확진자는 각각 77명과 63명으로 현재보다 훨씬 적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와 관련 지난 1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중잣대라기보다 코로나19에 대해 점점 더 알아가면서 '완전히 종식시키기 거의 불가능한 바이러스다'라는 것을 점차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을 해서 일상과 방역이 조화를 이루고 지속가능한 방역체계로 전환하겠다고 10월에 발표했던 것"이라며 "그래서 대응의 원칙이나 방식 자체가 달라지는 부분이기 때문에 8월 집회와 11월 집회를 단순하게 비교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지난 14일 민노총 집회 이후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크게 늘었지만 방역당국은 집회 영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는 19일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최근 코로나19 확산은 민노총 집회와 무관하며 석달 전 광복절 집회 탓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박유미 서울시 방역통제관은 이날 "확진자들의 GPS를 분석한 결과 핼러윈데이나 지난 주말 도심 집회(민노총 집회)와의 연관성은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8·15 광복절 집회 당시 (확진자 수가) 많이 발생해서 아마 지역사회에 꽤 많이 잔존 감염을 시켜놨다고 판단한다. 이것이 최근 발생하는 소규모 다발성 집단감염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