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앞둔 국민의힘과 허경영의 자세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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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공학적으로 보면 국민의힘의 제안은 전략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지난 4·15 총선 직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유리한 고지에서 선거를 치렀습니다.
국민의힘의 요구는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 선수를 친 걸로 분석됩니다. 국회 다수 의석과 예산권을 쥔 민주당을 국민의힘이 당해낼 재간은 없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이 만약 선거 직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한다면,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처럼 눈 뜨고 지켜만 봐야 합니다. 미리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요구해 놓으면 국민의힘은 어느 정도 '숟가락을 얹는 상황'이 됩니다.
하지만 야당조차 무차별 '재정 살포'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야당이 거대여당에 맞서 퍼주기 대결을 하겠다는 건데 통할지도 의문입니다. 지난 19일 야권에서 처음으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혜훈 전 의원이 내건 공약에 대해서도 비슷한 비판이 나옵니다.
이 전 의원은 "내년 서울 보선의 핵심 이슈는 집값과 전셋값이 될 것"이라며 "집 걱정부터 덜어드리는 '경제시장'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요. 이에 대한 해법으로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를 신혼부부에게 지분적립형으로 공급하고, 청년층을 위해 강북·강서 4개 권역에 80층 규모 직장·주거 복합단지를 건설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전 의원의 구상처럼 서울시민의 집 걱정이 해소되면 좋겠지만, 결국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뿐 진짜 문제는 해결하지 못할 게 뻔합니다. 이런 '로또' 같은 정책에 막대한 세금을 쓰겠다는 겁니다.
이 전 의원은 여기에 19∼30세 청년들의 지하철 요금을 무료로 하겠다는 공약까지 내놨습니다. 당장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이 전 의원은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라고 반박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정치권 안팎에서 포퓰리즘의 상징으로 여기는 국가혁명당 총재 허경영 씨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는데요.
허 씨는 이날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장이 되면 서울시의 모든 전시행정을 중단하고 서울시 전체 예산의 70%를 줄여 30%만 쓰겠다"며 "자동차·부동산 보유세를 받지 않고 주민세 말고는 지방세를 받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가만히 가지고 있는 집에 대해 보유세를 받을 필요는 없다"며 "자동차·부동산 보유세를 폐지하고 매매할 때나 세금을 많이 내면 된다. 그 정도로 충분히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신혼부부에게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를 제공하고, 청년에게 지하철을 무료화하겠다"는 이 전 의원과 "부동산 보유세를 폐지하고, 전시 행정을 중단해 현재 서울시 예산의 30%만 쓰겠다"는 허 씨. 누가 진짜 '허경영 같은' 얘기를 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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