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 폭탄’의 최대 피해자는 고령자다. 특히 재산으로 집 한 채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의 충격이 크다. 상대적으로 종부세 대상인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이 많은 서울 강남3구에선 정부를 대놓고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5년 전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84㎡를 매입해 거주하고 있는 65세 김모씨도 ‘종부세 폭탄’을 피해 가지 못한 사람 중 하나다. 그가 내야 하는 종부세는 지난해 196만원에서 올해 429만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뛰고, 내년엔 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797만원으로 불어난다. 재산세를 합친 보유세는 지난해 707만원, 올해 1083만원, 내년 1555만원으로 늘어난다. 김씨는 “정부가 은퇴자의 집을 뺏으려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울분을 토했다.

60세 이상 노부부 중 부부 공동명의로 해놓은 사람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단독 명의가 아니라 공동명의인 경우 고령자 공제와 장기보유 공제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2주택자도 정부에 대한 원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제액이 1주택자에 비해 적은 6억원인데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대한 세율이 1주택자에 비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전용 84㎡)와 강남구 은마아파트(전용 84㎡)를 보유한 A씨는 올해 2800만원이 찍힌 종부세 고지서를 받았다. 작년 1900만원에서 올해엔 1000만원 가까이 늘었다. A씨는 “집을 두 채 가졌다는 이유로 정부가 죄인 취급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지방에 2주택을 보유한 사람도 다수 종부세 대상에 올랐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강원 춘천지역에서 아파트를 2채 이상 보유해 처음으로 종부세를 냈다는 사연이 소개됐다. 이들은 종부세 부과액이 과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부동산 커뮤니티엔 “다주택자가 왜 지탄받아야 할 대상인가”라는 글이 올라와 논쟁이 벌어졌다. “종부세는 세금이 아니라 벌금”이라는 글은 큰 호응을 얻었다.

문제는 올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내년엔 그 이상으로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종부세율과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모두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다주택자의 세 부담 상한까지 높이기 때문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