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지주는 재계 27위인 하림그룹의 지주사다. 지난해 매출 7조3503억원, 영업이익 3065억원을 올렸다. 하지만 시가총액은 7000억원에 불과하다. 매출이나 이익 규모가 비슷한 롯데지주(시총 3조7500억원), LS(1조9900억원) 등과 비교하면 주가가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그 이유를 궁금해한다.
매출 7조인데 시가총액은 7000억…하림지주, 양재동 개발로 살아날까
힌트는 지난 2월 17일 공시에서 찾을 수 있다. 이날 하림지주는 주가가 7000원 선까지 떨어지자 자사주 124만2378주를 소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당일 종가 기준 98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동시에 결산 배당금을 전년도 주당 100원에서 50원으로 줄였다고 공시했다. 그렇지 않아도 낮았던 배당성향이 2018년 7.84%에서 6.79%로 떨어졌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주주환원을 가장한 지배력 강화”라고 비판했고, 당일 반짝 급등했던 주가는 2월 말 6000원대까지 급락했다. 3월에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3645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2017년 6월 공모가(2만700원)의 6분의 1 수준이다.

그런 하림지주 주가가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4일 주가는 7580원으로 이달 들어 17% 가까이 올랐다. 박스권에 갇혔던 하림지주 주가가 오른 것은 핵심 계열사인 팬오션 주가 상승과 ‘도심첨단물류단지’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다.

하림지주는 2016년 자회사 NS홈쇼핑을 통해 서울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용지를 4525억원에 매입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용적률 문제로 의견이 엇갈리면서 사업 추진이 늦어졌다. 최근 하림그룹이 70층 규모 개발계획안을 서울시에 제출한 것이 주가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림지주의 상승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본업인 육계산업의 불황이 이어지고 있어 투자심리가 살아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2015년 초 ㎏당 2000원이 넘었던 육계생계 시세는 현재 1500원대까지 떨어졌다. 과잉공급 상태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이유다.

김 회장은 2015년 팬오션을 1조79억원에 인수했다. 팬오션은 지난해 하림지주 영업이익에서 60%(2100억원) 이상을 차지하는 ‘캐시카우’가 됐다. 지난 9월에는 미국 곡물수출터미널을 보유한 EGT사의 지분도 인수했다.

하림지주가 저평가에서 벗어나려면 신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분석이다. 벌어들인 현금을 주주환원 대신 사업 확장에 투입하려면 그 사업이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이에 따라 양재동 개발 기대감에 투자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사람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발사업은 기간이 오래 걸리고, 사업 이익이 주주에게 환원되기도 힘들다”며 “물류센터가 식품, 유통 등과 창출할 수 있는 시너지를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