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에어부산, 진에어, 에어서울의 비행기.
왼쪽부터 에어부산, 진에어, 에어서울의 비행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부산시가 에어부산과 진에어,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 3사의 통합 본사를 부산에 유치하는 전략 수립에 나섰다. LCC 통합 본사를 유치해 가덕신공항이 완공되면 저가 항공사의 중심지로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24일 “오는 26일 에어부산 지역 주주들과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며 “에어부산 중심으로 LCC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방안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LCC에 대한 지원 전략 및 부산의 항공산업 발전 방향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LCC 3사 통합 방침과 관련해 에어부산의 지역 주주는 물론 부산시도 아직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역 주주들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에어부산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합 LCC가 거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우산’ 아래 들어가 정부의 정책자금을 지원받으면 생존 가능성은 커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에어부산 중심의 LCC 통합이 가덕신공항 건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LCC의 경우 항공기 가동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덕신공항이 통합 LCC의 근거지가 되면 LCC와 지역경제가 함께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합 LCC 본사를 부산에 유치할 수 있도록 시 차원에서 지방세 감면이나 시설투자 자금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부산시는 또 장기적으로 대한항공이 독과점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통합 LCC를 매각하면 지분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부산시가 통합 LCC에 대한 지배권을 높이면 본사의 부산 유치 가능성은 더 커질 것으로 판단해서다.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LCC업계에서 2, 3위를 다투고 있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여객점유율은 에어부산이 8.3%, 진에어가 9.3%를 기록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중복 노선에 따른 효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LCC 통합은 오히려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LCC 통합의 주인공인 에어부산과 진에어는 중복 노선이 제주, 세부, 오사카, 삿포로 노선 등 4개 노선에 불과해 통합되더라도 노선 조정만 한다면 운항에 별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도 이날 ‘저비용항공사 통합 본사를 부산으로’라는 구호를 내걸고 “LCC 3사를 에어부산 중심으로 통합하고 통합 본사 소재지를 부산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인호 시민연대 상임의장은 “세계 항공시장은 LCC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세계 각국은 서브 공항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며 “통합 LCC 본사를 부산에 두고 노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국가균형발전,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지역민 이동 편익 증진 등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