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말이면 백신 임상에 진입한 국내 기업이 네 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해외보다 개발 속도는 느리지만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하거나 새 방식으로 백신을 개발해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단백질 재조합 백신으로 개발 중인 ‘NBP2001’의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지난 6월 임상 1·2a상 계획을 승인받은 제넥신에 이어 국내 기업 중 두 번째 임상 진입이다. 진원생명과학, 셀리드도 식약처의 임상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단백질 재조합 백신은 바이러스 단백질을 본뜬 항원 단백질을 사용한다. 이 항원 단백질이 체내에 들어가면 면역세포를 자극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원리다. 면역세포는 이 항원 단백질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비슷한 모양의 코로나바이러스 단백질을 공격할 수 있게 된다. 항원 단백질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이미 축적돼 있어 안전성이 높은 백신으로 평가받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영장류 시험에서 코로나19 완치자보다 10배 많은 중화항체를 생성해내는 효과를 확인했다.

DNA 백신을 개발 중인 제넥신은 임상 1상에서 이미 두 차례에 걸친 투약을 마쳤다. DNA 백신은 항원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DNA를 주입해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단백질 재조합 백신이 항원 단백질을 직접 주사하는 방식이라면 DNA 백신은 이 항원을 체내에서 만들어낸다는 차이가 있다. 제넥신은 자료 분석을 거쳐 늦어도 다음달 임상 2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진원생명과학도 DNA 백신으로 식약처의 승인이 나면 임상 1·2a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DNA 백신은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 모더나가 개발 중인 RNA 백신처럼 새로운 종류의 백신으로 분류된다. 영하 20~70도의 초저온에서 보관하는 RNA 백신과 달리 영상 4도 이상 상온에서 보관이 가능하지만 투여 방법이 까다롭다. 백신 속 DNA가 세포막을 뚫고 세포핵 안으로 들어가야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세포막을 일시적으로 뚫기 위해 접종 부위에 전기 충격을 가하는데 통증이 상당하다. 게다가 전기천공기는 수천만원대로 비싸다.

국내 DNA 백신 개발 기업들은 새 접종 방식을 코로나19 임상에 적용했다. 제넥신은 바늘 대신 초속 200m 이상 속도로 약물을 분사하는 제트주사기를 사용한다. 전기천공기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통증도 작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진원생명과학도 전기 자극 대신 물리적 자극으로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을 임상에 적용할 예정이다. 진원생명과학 관계자는 “통증과 접종 시간을 줄인 방식으로 임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