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 폭탄’으로 전·월세 가격이 더 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집주인들이 늘어난 세금을 전·월세 인상을 통해 조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가 아파트 보유자와 다주택자를 겨냥한 종부세 부담이 결국 무주택 세입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세입자에 '종부세 폭탄' 전가…전·월세 부담 더 커질 것"
25일 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107.2로 전달(105.8)보다 크게 상승했다.

이 수치는 2019년 1월을 100으로 보고 전세가를 측정한 것이다. 월세도 오름세다.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도 9월 101.2에 이어 지난달 101.6으로 상승했다. 강남지역 월세지수는 101.8로 더 높았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인상 속도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큰 폭으로 늘어난 보유세(종부세+재산세)를 전·월세 인상을 통해 메우려는 집주인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럴 경우 강남권을 중심으로 전·월세 가격이 더 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맞추기로 했기 때문에 종부세는 집값이 더 이상 오르지 않아도 계속 인상된다”며 “전세난이 해소되지 않으면 세입자의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이와 관련된 글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한 집주인은 ‘적정 월세 공식’이라는 제목으로 “보증금을 그대로 두고 월세는 ‘(재산세+종부세)×1.5’ 정도 돼야 공평하다”고 주장했다. “송파, 성동, 마포도 월세 500에 대비하자”는 글도 있었다.

커지는 전·월세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나는 무주택자인데 다주택자 종부세 폭탄이 걱정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에선 “이 세금이 결국은 다 세입자 부담이 될 것 같다”며 “집값은 더 오르고, 세입자 지출만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이 갈수록 더 높아짐에 따라 종부세 납부자는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세금 납부를 위해 전세보다 매달 현금 흐름이 발생하는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