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이후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디지털 혁신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한국 증권업계는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의존도가 커지면서 여전히 ‘천수답’ 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펴낸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증권업의 디지털 혁신 방향 및 시사점’을 보면 골드만삭스 등 12개 글로벌 IB는 올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사업부문에서 비교적 고른 수익을 냈다. 상반기 기준 부문별 수익비중은 채권·외환·상품(FICC) 38%, 자산관리 24%, IB 20%, 자기자본투자(PI) 등 기타 18% 순이다. 자산관리 부문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글로벌 IB의 자산관리 수익 비중은 2010년 13%에서 지난해 22%, 올 상반기 24%로 높아졌다.

한국 증권업계의 상반기 부문별 수익비중은 위탁매매 44%, 자기매매(트레이딩) 27%, IB 23%, 자산관리 6% 순이었다. 개인투자자의 주식투자 열풍에 힘입어 지난해에 비해 위탁매매 비중이 11%포인트 높아졌다. 그러나 글로벌 IB들과 달리 자산관리 비중은 2010년 13%에서 지난해 7%, 올 상반기 6%로 감소세가 이어졌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여전히 낮은 건 위탁매매 등 전통적 사업부문에 의존하면서 자산관리 부문의 수익 창출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2분기 기준 찰스슈워브,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의 자기자본이익률(ROE: 순이익/자기자본)은 9~14% 수준이다. 반면 한국 증권업계의 2분기 평균 ROE는 7%에 그쳤다.

글로벌 IB들은 수년 전부터 디지털 전환을 기치로 비대면 자산관리 솔루션 등 정보통신기술(ICT)에 대규모 투자를 해왔다. 찰스슈워브는 올초 개인들의 연금계좌에서 매월 인출 가능한 금액을 산출한 뒤 고객 성향에 맞게 상장지수펀드(ETF) 포트폴리오를 자동매매하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월 30달러짜리 구독형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도 선보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도이체방크, 로빈후드 등도 다양한 온라인 자산관리 솔루션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