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연간 와인 판매액 1000억원(11월 누계) 고지를 밟았다. ‘백대편(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호레카(호텔, 레스토랑, 카페)’ 등 모든 주류 판매 채널을 통틀어 처음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홈술족’이 증가하면서 와인 대중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맥주처럼 팔리는 와인

이마트 와인 매출 1000억…홈술족, 우유·맥주만큼 마셨다
25일 이마트, 롯데마트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와인 판매량이 기록을 갈아엎고 있다. 올해 이마트 와인 판매액은 이날까지 누계 기준으로 약 1100억원에 달했다. 작년 한 해 동안 900억원대였던 연간 판매액의 앞자리 숫자를 벌써 갈아치웠다.

판매 신장률은 전년 대비 30.6%에 달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았던 2018년(16.4%) 증가율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그동안 이마트에서 연간 1000억원 이상 팔리는 품목은 생필품 중에선 라면, 우유, 돈육, 맥주 등 4개였다.

롯데마트도 마찬가지다. 올해(1~10월) 와인 매출이 전년 대비 49.1% 증가했다. 편의점 CU와 GS25의 올 3분기 누계 와인 판매 증가율 역시 각각 전년 대비 59.7%, 27.6%에 달했다. 세븐일레븐(1월~11월 24일)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7% 더 판매했다.

와인 대중화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는 와인 구매자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 들어 이마트에서 와인을 한 번이라도 구매한 소비자는 약 360만 명으로 집계됐다. 부산 인구(약 340만 명)보다 많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구매 고객 중 2030세대 비율이 35.1%라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와인 소비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내년 와인 판매 목표 신장률을 40% 정도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구매 막히자 국내 소비로

와인 시장 팽창의 주요 요인은 코로나19 확산이다. ‘홈술’ 혹은 ‘혼술’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와인 등 비교적 고가 주류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1만원 미만 와인 판매는 전년보다 27% 늘어난 데 비해 3만~5만원대 중저가 와인과 100만원 이상 초고가 와인 매출은 각각 41%, 127% 증가했다. 와인 수입사 관계자는 “해외 여행이나 출장을 다녀오면서 현지에서 와인을 사서 마시는 사람이 꽤 많았다”며 “이런 수요가 모두 국내 소비로 대체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 대형 유통 채널이 주요 판매처로 부상한 것도 와인 대중화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이마트만 해도 품질 좋은 와인을 대량으로 구매함으로써 주류세 등 각종 세금을 내고도 현지에서 팔리는 가격보다 저렴하게 소비자에게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작년 8월 출시한 칠레산 ‘도스코파스’가 대표적이다. 현지 소매 판매가가 12달러인데 이마트에선 4900원에 팔고 있다. 이마트가 판매 중인 ‘가격 파괴’ 와인은 약 50종이다.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에 와인 등 주류는 쿠팡, 네이버 등 ‘디지털 공룡’에 대항하기 위한 좋은 무기다. 주류의 온라인 판매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가 와인 코너를 ‘와인&리큐어’라는 브랜드를 걸고 전문점 형태로 새 단장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마트24는 지난해부터 80여 종의 와인을 판매하는 주류 특화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전체의 절반 수준인 2400개 점포가 와인 특화매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온라인으로 주문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받는 ‘스마트 오더’가 4월부터 허용되면서 와인 구색을 늘리는 데 혈안이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관계자는 “모바일 예약 구매 서비스를 6월에 시작했는데 약 5개월 만에 이용 고객이 여섯 배 늘었다”고 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