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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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방향을 당이 검토해 달라”고 지시했다. 여당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공세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법무부가 밝힌 윤 총장의 혐의는 충격적”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가장 충격적인 것은 판사 사찰”이라며 “주요 사건 전담 판사의 성향과 사적 정보 등을 수집하고 그것을 유포하는 데 대검찰청이 중심적 역할을 했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조직적 사찰의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국정조사 카드를 꺼낸 것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및 직무배제를 선포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보조를 맞춘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전날 추 장관 발표 직후 윤 총장을 향해 “공직자답게 거취를 결정하길 권고한다”며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추 장관에 대한 국정조사를 조속히 시작해야 한다”며 맞불을 놨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윤 총장을 이토록 쫓아내야 할 절박한 사정이 있지 않고서야 어떻게 민주·법치국가에서 이런 일이 자행될 수 있겠느냐”며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불법 지원에 대한 국정조사도 함께 진행하자고 요구했다.

국정조사는 국회 재적 의원 4분의 1(75명) 이상의 요구로 발의할 수 있다. 본회의에서 과반 의결이 필요해 현재로서는 174석을 보유한 민주당 단독으로 여당안의 국정조사가 가능하다.

여 "尹, 거취 결정해라" vs 야 "묵인하는 대통령이 더 문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 조치를 한 다음날인 25일 여야는 정면으로 대치했다. 윤 총장에 대해 사실상 해임 수순에 들어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여당은 추 장관의 결정을 옹호했고,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불법 비리에 직접 연루된 것 아니냐”며 날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윤 총장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법무부는 윤 총장에 대한 향후 절차를 엄정하고 신속하게 진행해달라”며 “윤 총장은 검찰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달라”고 말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혐의가 사실이라면 단순 징계 처분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며 “국정조사와 특별수사를 통해 진상을 철저히 밝힐 일”이라고 했다.

야당은 이번 사태에 침묵하고 있는 문 대통령을 향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야당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과의 회의에서 “조폭의 집단폭행이 생각난다”며 “추 장관의 이런 폭거도 문제지만, 뒤에서 이것을 묵인하고 어찌 보면 즐기고 있는 문 대통령이 훨씬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문 대통령이 뭘 무서워하나 생각해보면 월성 수사”라며 “(대전지검장인) 이두봉 검사장이 보통 사람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대전지검은 이달 초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수사하고 있다. 당정청이 윤 총장에 대해 총공세에 나선 것은 검찰의 탈원전 수사 등을 덮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게 야당 측 시각이다.

국회 법사위도 파행으로 치달았다. 국민의힘 법사위 위원들은 이날 진상 파악을 위한 법사위 전체회의 개회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이 “윤 총장이 지금 대검찰청에서 출발했다는 전언이 있다”고 했지만, 민주당 소속 윤호중 위원장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며 15분 만에 산회를 선포했다.

조미현/좌동욱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