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또 하나의 목표에 성큼 다가섰다. 한국 대중가수 최초로 그래미 어워드의 후보로 지명되며 또 한 번 K팝의 위상을 드높였다.

방탄소년단(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은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가 25일(한국시간) 발표한 제63회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의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 후보에 올랐다.

그간 조수미, 황병준 등 국내 클래식이나 국악 관계자가 그래미 후보에 오르거나 수상한 적은 있지만 한국 대중음악 가수가 후보로 지명된 것은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방탄소년단이 후보로 오른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은 그래미 어워드의 4대 본상에 속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부문 중 하나로 여겨진다. 아시아 가수가 후보에 오른 것은 최초다.

방탄소년단은 줄곧 그래미 어워드 진출을 목표로 꼽아왔다. 그러나 백인 중심적인 보수적 성향의 시상식인 만큼 그래미 후보가 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와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각각 3년 연속, 4년 연속 수상 기록을 쓰면서도 그래미 어워드는 수상 기회를 주지 않았다. 2018년 5월 열렸던 기자간담회에서 멤버 슈가는 미국 빌보드 '핫 100' 1위, '빌보드 200' 1위, 스타디움 투어를 목표로 언급했고 방탄소년단은 이를 모두 이뤄냈다. 그리고 남은 또 하나의 꿈이 바로 그래미 어워드 진출이었다.

그래미와의 인연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방탄소년단은 2019년 'R&B 앨범' 부문 시상자로 그래미 무대에 올랐다. 당시 음악 부문은 아니었지만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 앨범 패키지를 디자인한 허스키 폭스가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수상은 불발됐다. 또 올해 초에는 미국 래퍼 릴 나스 엑스와의 협업 무대에 퍼포머로 출연했다. 하지만 여전히 방탄소년단은 어떤 부문에도 후보로 지명되지 않은 상태였다.

특히 그래미 어워드를 주최하는 레코드예술과학아카데미는 지난해 올해의 회원으로 방탄소년단과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대표를 선정하는가 하면, '그래미 뮤지엄'에 방탄소년단이 시상자로 참석했을 당시 입었던 슈트를 전시하는 등 꾸준한 접점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매번 방탄소년단을 후보로 지명하지 않아 스스로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콧대 높은 그래미도 인정할 만한 성과를 낸 방탄소년단이었다. 지난 8월 발표한 '다이너마이트'는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에 올랐고, 10주 넘게 해당 차트에서 최상위권을 지켰다.

방탄소년단은 그래미 어워드 후보 명단 발표 직후 공식 SNS에 "힘든 시기에 우리의 음악을 듣고 공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며 "무엇보다 그래미 후보 아티스트라는 기적을 만들어 주신 건 아미 여러분이다. 늘 감사드리고 사랑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노력의 결실을 맺은 것 같아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 신기하고 감격스럽다"며 "노미네이트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아미 여러분께 감사하다. 팬분들이 좋아해 주실 거라고 생각하니 더 기쁘다. 후보에 오르니 수상 욕심도 생기고 기대된다"고 후보 입성을 넘어 수상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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