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래구 측량 제대로 안하고 사업…소유주 "당장 철거하거나 땅 사야"
"이용객 많아 철거 쉽지 않아…사용료와 지연금 내면서 땅 매입 검토"
부산 한 지자체가 개인 소유 임야에 무단으로 산책로를 조성한 것도 모자라 소송에 졌는데도 원상복구를 외면, 원성을 사고 있다.

25일 부산 동래구와 임야 소유주 A씨에 따르면 A씨는 1976년 부모로부터 부산 동래구 온천동 금정산 임야 7천240㎡를 절반씩 상속받았다.

A씨는 지난해 자신의 임야 중 338㎡에 동래구가 무단으로 나무 덱으로 된 산책길을 조성한 사실을 알게 돼 항의했다.

알고 보니 동래구는 2012년부터 7차례에 걸쳐 만덕고개길 경관 조성사업을 하며 산책로를 조성했는데 정확한 측량을 하지 않아 사유지를 침해한 것이었다.

동래구는 A씨에게 소송을 제기해 결과가 나오면 따르겠다고 말했다.

A씨는 부산지법에 산책로를 철거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지난달 승소했다.

재판부는 A씨 동의 없이 만든 산책로를 철거하고 그동안의 토지 사용료 20여만원을 지급,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월 6천300원의 지연금을 물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동래구는 판결이 한 달이 넘은 지금까지 산책로를 철거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고 A씨는 주장했다.

A씨는 "동래구는 소송 결과에 따르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배짱을 부리고 있다"며 "산책로를 철거하거나 해당 임야를 사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판결에 따라 직접 산책로를 철거하는 강제 집행을 할 수 있지만, 개인이 감당하기엔 비용이 만만치 않고 절차도 까다롭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동래구는 "소송에서 진 것은 맞지만 해당 산책로는 주민이 많이 사용하고 있어 당장 철거하기 쉽지 않다"며 "일단 토지 사용료와 지연금을 주면서 향후 임야 매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