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집단면역 포기한 스웨덴 대학도시 웁살라.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집단면역 포기한 스웨덴 대학도시 웁살라. 사진=연합뉴스
북유럽의 복지국가 벤치마킹 모델로 꼽혀온 스웨덴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면에서 선택한 '집단면역' 실험이 결국 실패로 끝나는 형국이다. 정부의 오판과 부적절한 대처로 사실상 '코로나 비극'을 방관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영국 온라인 매체 메일온라인은 24일(이하 현지시간) 스웨덴 보건·사회복지시설 별도 감시기구 '보건과 사회돌봄 조사국(IVO)'이 요양원 내 코로나19 진단 및 치료 행태에 대해 "지역 방역당국이 환자들을 제대로 된 검진 없이 죽게 내버려뒀다. 요양시설 노인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스웨덴에서는 올해 1∼5월 발생한 사망자 3400여명 중 절반이 고령자 요양시설에서 나온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직접적 원인이 국가의 미흡한 보건 시스템에 있다고 진단한 셈이다.

IVO에 따르면 3~6월까지 진행된 치료시설 감사에서 요양원 내 코로나 환자의 5분의 1가량이 의사의 개별 진단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중 40%는 환자는 간호사의 검사조차 받지 못했다. 요양원 거주자 대다수가 전화상으로 코로나19 여부 진단을 받았으며, 신체검사를 받은 환자는 10%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요양원' 코로나 사망자 속출…"미흡한 보건 시스템" 지적

소피아 월스트롬 IVO 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요양시설의 노인들이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또는 의심환자에 대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전염병 발생에서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관리 수준은 너무나 낮았다"고 말했다.

IVO는 감사 결과 요양원 거주자 대상 진료의 경우 지역 차원에서의 심각한 단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확진자 중 의사와의 대면조사를 받은 환자는 10% 미만에 불과했으며 특정 지역에서는 코로나 증상이 있는 거주자에게 종말 치료를 처방한 사례도 발견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상인 스웨덴의 스톡홀름 중앙 지하철역이 11일(현지시간) 러시아워 동안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이날 스웨덴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부분 봉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상인 스웨덴의 스톡홀름 중앙 지하철역이 11일(현지시간) 러시아워 동안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이날 스웨덴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부분 봉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IVO는 늦어도 내년 1월15일까지는 지역 방역당국에 진료 개선 조치와 제시를 촉구하고 환자 기록에 대한 추가 검토를 진행한다는 방침.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는 로이터에 보낸 성명을 통해 "의심할 여지 없이 매우 심각한 일"이라며 "모든 사람은 사는 곳이나 나이와 관계없이 개별적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유럽 사망률 최고 스웨덴…결국 '집단면역' 실패 인정하나

느슨한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유지하며 집단면역 실험을 강행해 온 스웨덴은 최근 봉쇄 조치 강화로 노선을 바꿨다.

올 상반기까지도 사생활 침해 등을 우려해 시민들의 자율적 거리 두기에 의존하는 정책을 시행했던 스웨덴이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이 보이자 사실상 '집단 면역의 실패'를 인정하며 태세 전환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스웨덴 정부는 24일부터 공공장소에서 8명까지만 모일 수 있도록 제한하기로 했다. 이전까지 행사 종류에 따라 50∼300명까지 허용됐던 모임 가능 인원을 대폭 줄였다. 주류 판매 허가를 받은 일부 업소 영업시간 또한 매일 오후 10시 30분까지로 제한하기로 했다. 수도 스톡홀름 등에서는 요양원 방문도 금지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스테판 뢰벤 총리는 "지난봄 국민들에게 권고했던 (방역조치들이) 이제 지켜지지 않고 있어 금지할 필요가 생겼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더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지표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올해 봄과 같은 위험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며 "체육관도 도서관도 가지 말고, 저녁 약속도 취소하라. 국가와 사회,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올바른 선택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상황에 따라 대중 모임 제한 등 더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스웨덴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부분 봉쇄를 도입한다고 발표한 11일(현지시간)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된 스톡홀름의 한 백화점 안으로 시민들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웨덴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부분 봉쇄를 도입한다고 발표한 11일(현지시간)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된 스톡홀름의 한 백화점 안으로 시민들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4~5월 대다수 유럽 국가가 이동 제한, 상점 전면 폐쇄 등 고강도 봉쇄 조치를 취할 때 스웨덴은 사회 구성원 상당수가 감염돼 항체가 생겨 집단 전체의 면역력을 확보하는 '집단면역'을 택했다. 이미 올해 6월 당시 인구 100만 명당 사망자가 450명에 달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이 방식이 실패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으나, 정부는 집단면역 효과를 강조하며 정책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스웨덴은 현재 확진·사망자 통계 기준으로는 북유럽에서 코로나19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국가가 됐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4일 기준 스웨덴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2만5560명, 이 중 6500명이 숨졌다. 핀란드의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2만2289명, 384명이다. 노르웨이에서는 3만3717명이 코로나19에 걸렸고 이 중 314명이 숨졌다. 스웨덴의 총인구가 핀란드·노르웨이의 총인구 합인 1000만명가량임을 감안해도 스웨덴의 일일 사망자 수는 노르웨이·핀란드의 10배에 이른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