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억원 들인 軍 철책 센서…北 남성이 넘을 때도 작동 안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난 9월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해병대 장병들이 해안 철책을 순찰하는 모습. 뉴스1](https://img.hankyung.com/photo/202011/01.24540550.1.jpg)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5일 동부전선 GOP에서 취재진에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공개하며 지난 3일 북한 주민의 ‘월책 귀순’ 사건 이후 진행된 조사 결과의 일부를 공개했다. 합참은 북한 주민이 넘은 철책의 광망을 정밀분석한 결과 하중이 가해질 때 센서가 울리게끔 돼있는 ‘상단 감지유발기’의 결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감지 유발기의 나사가 당시에 풀려 있어 경보음이 울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난 3일 북한 주민이 넘은 철책에는 감지 브라켓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합참 관계자는 “해당 남성이 철책을 넘을 때 철기둥에만 하중이 가해지고 광망에는 하중이 가해지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한다”며 “해당 철기둥에는 감지 브라켓은 설치되지 않았고 유발기만 설치돼 있었지만 유발기가 기기결함으로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대 성인 남성이 철책을 넘는 동안 광망에 전혀 하중이 실리지 않았다는 합참의 해명이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남성은 철책을 절단하지 않고 담을 타고 올라 뛰어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현장에서 살펴본 광망은 성인 신장의 두 배가 넘는 철책에 촘촘하게 덮여 있었다. 신체 일부가 지탱할 정도의 일정한 힘만 가해지면 울리도록 설치된 센서가 작동하지 않은 걸 감지 유발기의 기기 결함만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합참은 북한 민간인에 의한 월책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해당 부대 관계자 처벌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합참 관계자는 “이번 작전이 ‘정상적 작전’이었다”며 “해당 부대에서 필요할 경우 자체적으로 판단해 조치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현장 부대 관계자는 “당시 광망은 울리지 않았지만 TOD 감시병이 육안으로 감시하다 바로 작전에 돌입했기 때문에 광망 센서가 작동했더라도 시간차는 의미 없다”고 말했다.
구축 완료 이후 점검이 한 차례도 없었다는 점도 문제다. 군이 감지 유발기의 나사가 빠진 이유로 추정하는 것도 기후 등 외부 요인이지만 정작 2015∼2016년께 구축한 이후 점검은 한 차례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육안 점검 등 매뉴얼에 따른 점검을 했다고 했지만 부품을 열고 확인하는 제대로 된 정비는 설치한 민간 업체에서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군이 최전방 지역에 설치한 최첨단 장비를 자체적으로 정비조차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