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억원 들인 軍 철책 센서…北 남성이 넘을 때도 작동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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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이 강원도 동부전선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을 때 핵심 장비의 나사가 풀려 경보음이 울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합참은 1500여억원을 들여 구축한 과학화 경계 시스템이 긴급한 상황에서 ‘먹통’이었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했지만 해당 부대 관련자 징계는 없다고 밝혀 경계실패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5일 동부전선 GOP에서 취재진에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공개하며 지난 3일 북한 주민의 ‘월책 귀순’ 사건 이후 진행된 조사 결과의 일부를 공개했다. 합참은 북한 주민이 넘은 철책의 광망을 정밀분석한 결과 하중이 가해질 때 센서가 울리게끔 돼있는 ‘상단 감지유발기’의 결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감지 유발기의 나사가 당시에 풀려 있어 경보음이 울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광망은 GOP에 이중·삼중으로 설치된 철책 중 남측 철책에 설치된 광섬유 소재로 된 그물망을 말한다. 철책은 일정 간격으로 설치된 와이(Y)자 형태의 철 기둥에 의해 지탱되는데 철기둥의 상단부에 감지 브라켓, 맨 위에는 감지 유발기가 설치돼있다. 감지 브라켓이나 유발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하중이 가해지면 광망에 하중이 전달돼 경보음이 울리게 된다.
지난 3일 북한 주민이 넘은 철책에는 감지 브라켓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합참 관계자는 “해당 남성이 철책을 넘을 때 철기둥에만 하중이 가해지고 광망에는 하중이 가해지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한다”며 “해당 철기둥에는 감지 브라켓은 설치되지 않았고 유발기만 설치돼 있었지만 유발기가 기기결함으로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대 성인 남성이 철책을 넘는 동안 광망에 전혀 하중이 실리지 않았다는 합참의 해명이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남성은 철책을 절단하지 않고 담을 타고 올라 뛰어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현장에서 살펴본 광망은 성인 신장의 두 배가 넘는 철책에 촘촘하게 덮여 있었다. 신체 일부가 지탱할 정도의 일정한 힘만 가해지면 울리도록 설치된 센서가 작동하지 않은 걸 감지 유발기의 기기 결함만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수천억원의 혈세가 투입된 시스템이 먹통이 된 데 대한 해명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은 지난 2015~2016년 1500여억원을 투입해 GOP 철책에 감지 센서 등을 부착하는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북한 민간인이 이중 철책을 넘을 때 무용지물이었다. 군은 열상감시장비(TOD) 장비를 통해 육안으로 파악해 병력을 출동시켰지만 해당 남성을 포착하기까지는 14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합참은 북한 민간인에 의한 월책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해당 부대 관계자 처벌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합참 관계자는 “이번 작전이 ‘정상적 작전’이었다”며 “해당 부대에서 필요할 경우 자체적으로 판단해 조치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현장 부대 관계자는 “당시 광망은 울리지 않았지만 TOD 감시병이 육안으로 감시하다 바로 작전에 돌입했기 때문에 광망 센서가 작동했더라도 시간차는 의미 없다”고 말했다.
구축 완료 이후 점검이 한 차례도 없었다는 점도 문제다. 군이 감지 유발기의 나사가 빠진 이유로 추정하는 것도 기후 등 외부 요인이지만 정작 2015∼2016년께 구축한 이후 점검은 한 차례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육안 점검 등 매뉴얼에 따른 점검을 했다고 했지만 부품을 열고 확인하는 제대로 된 정비는 설치한 민간 업체에서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군이 최전방 지역에 설치한 최첨단 장비를 자체적으로 정비조차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합참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번에 먹통이 된 상단 감지 유발기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귀순 사건이 발생한 육군 22사단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설치된 감지 유발기를 모두 분해해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과학화 경계 시스템이 구축된 지 몇 년이 지났기 때문에 제품에 처음부터 결함이 있었다고 단정 짓는 건 무리”라면서도 “나사가 풀려 기능상 결함이 확인됐기 때문에 전수조사 후 ‘풀리지 않는 나사’로 아예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군은 이외에도 상단 감지 브라켓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에는 추가로 설치하고 GOP의 과학화 경계시스템 성능도 조기에 개량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5일 동부전선 GOP에서 취재진에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공개하며 지난 3일 북한 주민의 ‘월책 귀순’ 사건 이후 진행된 조사 결과의 일부를 공개했다. 합참은 북한 주민이 넘은 철책의 광망을 정밀분석한 결과 하중이 가해질 때 센서가 울리게끔 돼있는 ‘상단 감지유발기’의 결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감지 유발기의 나사가 당시에 풀려 있어 경보음이 울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광망은 GOP에 이중·삼중으로 설치된 철책 중 남측 철책에 설치된 광섬유 소재로 된 그물망을 말한다. 철책은 일정 간격으로 설치된 와이(Y)자 형태의 철 기둥에 의해 지탱되는데 철기둥의 상단부에 감지 브라켓, 맨 위에는 감지 유발기가 설치돼있다. 감지 브라켓이나 유발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하중이 가해지면 광망에 하중이 전달돼 경보음이 울리게 된다.
지난 3일 북한 주민이 넘은 철책에는 감지 브라켓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합참 관계자는 “해당 남성이 철책을 넘을 때 철기둥에만 하중이 가해지고 광망에는 하중이 가해지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한다”며 “해당 철기둥에는 감지 브라켓은 설치되지 않았고 유발기만 설치돼 있었지만 유발기가 기기결함으로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대 성인 남성이 철책을 넘는 동안 광망에 전혀 하중이 실리지 않았다는 합참의 해명이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남성은 철책을 절단하지 않고 담을 타고 올라 뛰어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현장에서 살펴본 광망은 성인 신장의 두 배가 넘는 철책에 촘촘하게 덮여 있었다. 신체 일부가 지탱할 정도의 일정한 힘만 가해지면 울리도록 설치된 센서가 작동하지 않은 걸 감지 유발기의 기기 결함만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수천억원의 혈세가 투입된 시스템이 먹통이 된 데 대한 해명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은 지난 2015~2016년 1500여억원을 투입해 GOP 철책에 감지 센서 등을 부착하는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북한 민간인이 이중 철책을 넘을 때 무용지물이었다. 군은 열상감시장비(TOD) 장비를 통해 육안으로 파악해 병력을 출동시켰지만 해당 남성을 포착하기까지는 14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합참은 북한 민간인에 의한 월책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해당 부대 관계자 처벌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합참 관계자는 “이번 작전이 ‘정상적 작전’이었다”며 “해당 부대에서 필요할 경우 자체적으로 판단해 조치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현장 부대 관계자는 “당시 광망은 울리지 않았지만 TOD 감시병이 육안으로 감시하다 바로 작전에 돌입했기 때문에 광망 센서가 작동했더라도 시간차는 의미 없다”고 말했다.
구축 완료 이후 점검이 한 차례도 없었다는 점도 문제다. 군이 감지 유발기의 나사가 빠진 이유로 추정하는 것도 기후 등 외부 요인이지만 정작 2015∼2016년께 구축한 이후 점검은 한 차례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육안 점검 등 매뉴얼에 따른 점검을 했다고 했지만 부품을 열고 확인하는 제대로 된 정비는 설치한 민간 업체에서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군이 최전방 지역에 설치한 최첨단 장비를 자체적으로 정비조차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합참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번에 먹통이 된 상단 감지 유발기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귀순 사건이 발생한 육군 22사단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설치된 감지 유발기를 모두 분해해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과학화 경계 시스템이 구축된 지 몇 년이 지났기 때문에 제품에 처음부터 결함이 있었다고 단정 짓는 건 무리”라면서도 “나사가 풀려 기능상 결함이 확인됐기 때문에 전수조사 후 ‘풀리지 않는 나사’로 아예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군은 이외에도 상단 감지 브라켓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에는 추가로 설치하고 GOP의 과학화 경계시스템 성능도 조기에 개량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