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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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적극적으로 꺼내들었던 ‘윤석열 국정조사’ 카드를 황급히 거둬들이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추진하자는 요구에, 국민의힘이 “수용하겠다, 다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포함하자”며 오히려 환영의 뜻을 비치면서다. 여당은 하루만에 “국정조사는 신중해야한다”며 입장에 혼선을 빚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6일 당 비상대책회의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는데 저희는 환영하고, 기꺼이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묻고 더블로 가라는 전략이 있다”며 “추 장관에 대한 국정조사도 피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전날 “법무부의 규명과 병행해, 국회에서 윤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한 이 대표의 발언을 맞받아친 것이다.

‘추·윤 사태’에 대해 모든 국회 차원의 대응을 고민하고 있었던 야당으로서는 여당 대표가 먼저 국정조사를 제안하자 기다렸다는 듯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야당 지도부는 윤 총장에게 해명의 자리를 마련해주고, 추 장관까지 증인으로 부를 수 있는 국정조사가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의 장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오늘 한 여론조사를 보니 10명 중 6명이 추 장관의 직무정지 결정이 잘못됐다고 보고 있었다”며 “국정조사를 통해 이 문제를 더욱 국민에게 자세히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이 여당의 뜻을 받아들이며 추 장관까지 함께 조사하자는 ‘되치기’에 나서자 여당은 하루만에 ‘신중론’을 내비쳤다. 윤호중 민주당 법제사법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 간 합의와 위원회 합의가 돼야하는데 대표로부터 지시를 받지못했다”며 “사안의 추이를 지켜봐야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나 윤 총장이 제기한 직무정지 가처분 심판을 앞두고 국회 조사부터 해야하는지는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야당 법사위 소속 의원들을 향해서는 “이 대표가 격리중이여서 그런말을 한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대표가 공식적으로 국정조사를 제안했음에도 소속의원이 이를 부정하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이날 한 라디오에 나와 “국정조사의 경우 진실을 밝힐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대부분 정치 쟁점화가 되면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 오히려 이렇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정조사에 대한 당의 입장이 하루만에 번복되는 등 혼선을 빚자 이 대표가 ‘친문(친문재인)’을 의식해 혼자 ‘과속’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대표의 자가격리 등 때문에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성상훈/김소현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