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코스닥시장에서 스튜디오드래곤은 0.62% 오른 8만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들어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는 3.32% 올랐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코로나19 사태로 변동성이 극심했던 올해 증시에서 ‘얌전한’ 주식으로 분류됐다. 올해 연중 최저가(6만9300원)에서 최고가(9만2500원) 간 격차가 34.77%에 불과하다. 덜 떨어지고 덜 올랐다는 의미다. 반면 모회사인 CJ ENM과 엔터업종 대표주인 JYP엔터는 3월 폭락장 당시 기록한 연중 최저가에서 최고가까지의 상승폭이 각각 101.84% 176.54%에 달한다. 44.22배의 높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배율(PER)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스튜디오드래곤의 낮은 주가 변동성의 원인을 드라마 제작사업의 성격에서 찾는다. 원자재 가격이나 업황에 따라 매출 및 손익이 요동치는 제조업 기업이나, 영화관 및 콘서트 방문객 숫자가 실적으로 이어지는 공연 기획사와 달리 스튜디오드래곤은 작년 기준으로 매출의 45%가 편성, 47%가 판매에서 발생하는 구조다. 방송사에 드라마를 편성해서 발생하는 편성 매출과,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등 국내외 유통사에 드라마를 파는 판매 매출로 구성된 단순한 사업구조를 가진 탓에 코로나19에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확인된 중국 드라마 판매 소식은 이런 안정적인 실적 전망을 뒤흔들 수 있는 호재로 꼽힌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스튜디오드래곤은 3분기에 기존 방송 작품 2편을 중국에 판매한 후 그중 일부인 60억원을 매출 및 이익으로 인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한령(한국 콘텐츠 금지령) 이후 최초로 중국에서 스튜디오드래곤 콘텐츠를 수입해가면서 실적 전망을 상향할 근거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한한령 이후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한 160여편의 드라마를 작품당 10억원씩만 받아도 16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한다”며 “여기에 이중 대부분의 작품은 이미 제작에 대한 감가상각이 종료돼 바로 이익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다음달 스위트홈 방영을 전후로 시장이 스튜디오드래곤 재평가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있다. 스위트홈은 제작비 약 250억원이 투입된 스튜디오드래곤의 올해 최대 규모 드라마로, 다음달부터 OTT 업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올해 '사랑의 불시착'으로 넷플릭스에서 흥행에 성공한 스튜디오드래곤이 스위트홈을 통해 성공을 재현할 수 있다면 향후 OTT 및 해외 플랫폼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스튜디오드래곤은 드라마 해외판매를 넷플릭스에 의존하던 구조를 넘어 글로벌 OTT들과 사업을 진행할 만큼 협상력이 높아졌다"며 "내년부터는 가시적인 성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20개 증권사의 스튜디오드래곤 평균 목표주가는 10만8900원으로, 현 주가 대비 34.77% 높게 형성됐다.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올해보다 23.38% 증가한 692억원이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