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어디에 뒀는지 잊어버려서 옆에 있던 친구의 전화를 잠깐 빌려 내 휴대폰의 번호를 누르려 했다. 수신음이 들리는 곳에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내 번호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뇌세포가 몇 살이냐?” 내게 전화기를 빌려준 친구는 박장대소하며 자신의 연락처 목록에서 내 폰 번호를 찾아 입력했다. 수신음은 내 핸드백에서 울려퍼졌다.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머리가 갈수록 나빠진다는 고민이 나만의 것은 아닌 듯하다. 뇌를 탄탄하게 단련시키는 방법을 안내하는 신간 세 권이 출간됐다.
《변화하는 뇌》는 한소원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가 “나이가 들어도 뇌의 능력은 계속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하는 책이다. 저자는 ‘뇌 가소성(可塑性)’이란 키워드를 내세운다. 가소성은 플라스틱 같은 재료가 열 또는 외부 힘에 의해 그 모양이 변하는 특성을 뜻한다. 뇌 역시 변화하고 예측불허인 환경에 살아남도록 설계돼 있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뇌는 마치 숲속에 새로운 길을 내듯 신경세포 간의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며 변화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가족을 위해 평생 일만 하다 중년의 나이가 돼 스포츠댄스를 배우며 제2의 인생을 사는 동료, 총격사고로 심한 뇌손상을 입어 말을 잃어버린 환자가 음악을 접하면서 점차 언어를 찾아가는 이야기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뇌는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며 우리 인생 역시 미리 정해진 건 없다”고 강조한다.
《이해의 공부법》은 독일의 뇌과학자 헤닝 벡이 ‘이해하는 공부’의 힘에 대해 안내하는 책이다. 저자는 “이해는 컴퓨터나 인공지능이 결코 다다를 수 없는 영역이자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 가치”라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기존의 뇌과학 이론들은 인간이 얼마나 많이 배우고 외울 수 있는지에만 초점을 둬왔다. 저자는 “이해한다는 것은 뭔가를 머릿속에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저장한 지식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이해한 사람은 문제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뿐만 아니라 창의적으로 풀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반복학습과 요약, 셀프 시험 등 고전적인 학습법 대신 지식과 지식을 연결하고, 새로운 생각을 이끌어내는 이해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래의 노동시장은 시험에서 100점을 받는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의 지식을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들에게 지배받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슬로싱킹》은 황농문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가 제안하는 새로운 생각법 ‘슬로싱킹’을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가 말하는 슬로싱킹은 몸과 마음이 스트레스 없이 편안한 이완 상태를 유지하되, 머리로는 생각의 끈을 1초도 놓지 않을 정도로 집중하는 생각법이다. “뇌는 천천히 생각할수록 강해진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깊이 없이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생각 습관은 일이나 공부의 성과를 깎아먹는 주범이며 스트레스, 산만함, 불안감, 번아웃 증후군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또 “생각의 끈을 오랫동안 놓지 않는 것만으로도 몰입도는 계속 올라가고, 이때 학습의 효율 또한 올라간다”고 덧붙인다. 슬로싱킹의 원리, 공부 및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슬로싱킹 장기 몰입의 원칙 11’을 비롯한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알려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