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분리 준비, 젊은피 대거발탁…구광모 '뉴LG' 본격시동 [종합]
올해 취임 3년차에 접어든 구광모 LG 회장(사진)이 젊은 인재를 대거 발탁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아울러 계열 분리를 염두에 둔 소지주사 설립 추진 등 '뉴 LG' 체제를 향해 본격 시동을 걸었다.

LG그룹은 25~26일 계열사별 이사회를 통해 2021년도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구광모 회장은 124명의 신규 임원 승진 등 젊은 인재를 대거 발탁, 전진 배치했다. 다만 최고경영자(CEO) 대부분은 유임됐다.

고속 성장하는 미래사업 분야에선 경쟁력을 지닌 젊은 인재들을 과감히 발탁해 기회를 부여한다는 게 이번 인사의 포인트. 관성에서 벗어나 사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동시에 경륜 있는 최고경영진은 유지하는 '신구 조화'를 통해 위기 극복 역량을 강화하고 지속 성장 토대를 탄탄히 구축하는 구광모 회장 식 실용주의가 반영된 인사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구광모 회장은 최근까지 진행된 계열사별 사업보고회 등에서 CEO들에게 "고객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질적인 변화와 성장이 중요하다"면서 "미래성장과 변화를 이끌 실행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발탁·육성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LG는 177명의 승진 인사와 함께 4명의 CEO 및 사업본부장급 최고경영진을 새로이 선임하는 등 총 181명에 대해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보다 규모가 13명이 늘었지만 핵심 인원들 세대교체는 이뤄졌다는 평가다.

특히 LG는 지난해 106명보다 증가한 124명의 상무를 신규 선임하고, 소비자에 대한 집요함을 바탕으로 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젊고 추진력 있는 인재들을 곳곳에 전진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45세 이하의 젊은 신규 임원이 24명에 달했다. 지난 2년간(각 21명)에 비해서도 증가했다. LG가 가속 페달을 밟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영역에서 성과를 낸 인재들을 대거 발탁했다. 연구개발(R&D) 및 엔지니어 분야에서 성과를 낸 젊은 인재에 대한 승진 인사도 확대했다.
사진제공=LG전자
사진제공=LG전자
여성 임원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올해 전무 승진 4명, 신규 임원 선임 11명 등 역대 최다인 15명이 승진하는 등 여성 임원확대 기조를 이어갔다. 특히 올해 여성 임원은 전략·마케팅·기술·R&D·생산·고객서비스 등 다양한 직무에서 승진했다.

LG는 연말 인사와는 별도로 올해 꾸준히 사업에 필요한 전문역량 강화 차원에서 다양한 영역의 외부 인재 23명을 영입해 순혈주의를 탈피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처럼 젊은 피 수혈과 함께 '뉴 LG' 체제로 본격 변화하기 위한 동력도 마련했다. 구본준 LG그룹 고문이 선대부터 이어온 LG그룹의 장자승계 전통을 이어 계열분리하는 LG상사와 LG하우시스, 판토스, 실리콘웍스, LG MMA 등 5개 지주회사인 ㈜LG신설지주에 대표이사를 맡기로 한 것.

사업 부문과 스탭 부문에서 성과를 낸 사장 승진자도 확대했다. 이번 사장 승진자는 △이상규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 사장 △손보익 실리콘웍스 CEO 사장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 손지웅 사장 △LG인화원장 이명관 사장 △㈜LG CSR팀장 이방수 사장 등 5명이다.

이와 함께 구광모 회장 측근으로 꼽히는 권영주 ㈜LG 부회장, 호실적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은 유임시켰다. 이번에 용퇴한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의 후임은 황현식 LG유플러스 컨슈머사업총괄 사장이 맡는다.

류재철 LG전자 리빙어플라이언스사업부장 부사장은 H&A사업본부장으로, 남철 LG화학 경영전략총괄 전무는 첨단소재사업본부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LG화학에서 분사해 다음달 출범 예정인 LG에너지솔루션에서는 전지사업본부를 맡고 있는 김종현 본부장이 대표이사 사장이 지휘하게 됐다.

변화와 혁신이 필수인 미래 성장사업 분야 인재도 과감하게 발탁했다. LG그룹의 미래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글로벌 1위에 오른 LG에너지솔루션에서 신임 임원 12명을 발탁했고, 디스플레이 사업 안정화 기반 마련 등에 기여한 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P-OLED) 분야에서도 5명의 상무를 선임했다.

이처럼 이번 인사는 구광모 회장이 3명의 CEO와 사업본부장급 최고경영진을 새로 선임하면서 신구조화가 맞물린 '뉴 LG' 그림을 그렸다는 평가다. LG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국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증가에 대비해 경영의 안정성을 도모하는 등 신구의 조화를 통한 '안정 속 혁신'에 중점을 둔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