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세상에도 줌·펠로톤의 질주는 지속된다"
구독형 홈트레이닝 기업 펠로톤과 영상회의 플랫폼 사업자 줌 비디오커뮤니케이션은 코로나19 이후의 미국 주식시장을 상징하는 기업입니다. 두 기업의 주가는 올들어 각각 259.58%, 545.69% 급등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소비자들의 재택 거주 기간이 늘어나고, 대면 접촉이 제한된 사회에서 홈트레이닝 및 원격 영상회의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결과입니다.

영상회의 플랫폼 줌 커뮤니케이션즈
영상회의 플랫폼 줌 커뮤니케이션즈
두 기업의 주가 급등을 지켜보는 투자자들이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다시 소비자들이 운동시설을 방문하고, 대면 회의를 진행하게 되면 현재와 같은 실적이나 시장의 관심이 유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죠. 실제로 10월 중순 이후 모더나와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개발 소식을 발표하자 줌과 펠로톤 주가는 20%대 조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코로나19 이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줌·펠로톤 매력 여전해

하지만 월가에서는 줌과 펠로톤에 대한 긍정론도 적잖게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변화된 소비자들의 생활 습관이 사태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주장들입니다. 이들은 줌과 펠로톤이 코로나19 사태로 유입된 소비자를 붙잡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이미 단행하고 있다는 근거도 내세웁니다.

진 먼스터 루프 벤처스 공동대표도 줌과 펠로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대표적인 투자자입니다. 먼스터는 줌이 영상회의 시스템의 상징이 되었다는 점을 주목합니다. 먼스터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구글 미츠와 마이크로소프트 팀 등 줌과 경쟁하는 영상회의 프로그램은 많지만, ‘줌을 하다’는 표현이 생길 만큼 영상회의의 대명사가 된 업체는 줌 뿐”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더라도 미국 노동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화이트컬러 서비스직 노동자의 약 20%는 여전히 재택근무를 이어갈 것이고, 이들의 존재는 줌의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주장들이 시장에서 신용받기 위해서는 결국 뒷바침할 실적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줌이 최근 발표한 분기 실적의 세부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줌은 지난 2분기(2020년 5월~7월)에 매출이 355% 증가한 가운데 10만달러 이상을 지출한 고액 고객의 숫자가 작년의 2배인 998개로 늘었습니다. 법인과 단체 등으로 구성된 이런 고액 소비자들이 줌을 단순히 무료 체험하는 것을 넘어, 필수적인 IT 인프라의 일환으로 여기고 지갑을 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사업 확장도 줌의 장기 주가 전망을 뒷바침하고 있습니다. 줌은 지난해 ‘줌 폰’이라는 브랜드로 사설 교환기(PBX) 사업에 진출했습니다. 사설 교환기는 간단하게 말해 사내 전화망입니다. 일반 회사에서 볼 수 있는, 사내 통신망과 일반 통신망에 동시에 연결된 통화 시스템이죠. 이 시장은 시스코와 링센트럴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줌 경영진은 실적발표 당시 “줌 폰 매출이 아직 영상회의 플랫폼에 비해 미미하다”고 했지만 시장에서는 줌 폰이 기존 줌 영상회의 플랫폼과의 연계를 통해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합니다. 시티 파니그라히 미즈호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줌 폰이 기존 PBX 시장을 성공적으로 휩쓴다면 최대 580억달러의 매출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파니그라히는 줌에 대해 강력매수 의견을 내놓은 대표적인 ‘친줌파’ 애널리스트입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함께 파는 펠로톤, 홈트레이닝의 ‘애플’

펠로톤은 어떨까요. 펠로톤에 대한 긍정론을 내세우는 진영에서는 펠로톤의 다양한 제품군과 온라인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통해 충성 고객 창출 능력을 주목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돼 소비자들이 직장에 복귀하더라도 과거처럼 헬스클럽 회원권이나 퍼스널트레이닝(PT)의 가치를 높게 여기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루프 벤처스는 미국 내 헬스클럽 회원권 보유자의 약 10%인 650만명 가량이 코로나19 사태 종료 후에도 펠로톤 등 홈트레이닝 서비스에 남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펠로톤은 이중 약 90만명을 이번 사태를 통해 자사 회원으로 전환시켰다는 추정입니다.

지난 1분기(7~9월)에 펠로톤은 현재 36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중 운동기구와 온라인 트레이닝 강습 모두를 구매한 있는 ‘구독형 회원’은 130만명입니다. 펠로톤에 따르면 9월말 기준으로 구독형 회원은 지난 1년 반 사이 약 70만명이 증가했습니다.

먼스터는 펠로톤 구독형 회원의 약 88%가 최초 결제 이후에도 구독을 이어나간다는 점을 기반해 코로나19 사태 종료 이후에도 펠로톤의 강세가 이어질 것을 예상합니다. 먼스터는 “펠로톤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판매하는 ‘홈트레이닝계의 애플’”이라고 말했습니다.

펠로톤도 줌처럼 사업 모델 다각화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달초 펠로톤은 미국의 팝스타 비욘세와 손을 잡고 ‘온라인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미국 IT 리서치기관인 키블랭크는 보고서를 통해 “펠로톤은 단순히 운동을 넘어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과 문화까지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며 “이러한 시도들이 펠로톤이 다른 온라인 홈트레이닝 업체들과 차별화되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펠로톤이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존재합니다. 펠로톤은 최근 대표상품인 자전거 운동기구의 가격을 대당 2245달러에서 1895달러로 낮추고, 대당 2495달러의 저가형 러닝머신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이조차도 미국 대다수 소비자들에게는 너무 높은 가격이라, 장기적으로는 대당 평균 750달러의 부담없는 가격에 서비스를 공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루프 벤처스의 주장입니다.

닷컴버블 불씨에서 아마존이 태어나듯, 코로나 사태에서 줌·펠로톤 살아남을 것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줌과 펠로톤이 지금의 폭발적인 실적 및 주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는 드뭅니다. 다만 수많은 부실기업들과 함께 아마존 등 일부 ‘진주’를 낳았던 닷컴버블처럼,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줌과 펠로톤이 안정적인 성장을 거듭할 수 있다는 것이 먼스터 등 긍정론자들의 주장입니다.

먼스터는 “하나의 분야에서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인식을 남긴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행태가 다소 변하더라도 기존 사업영역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덩치를 불릴 수 있다”며 “아마존은 이러한 성장 서사의 지침서”라고 말했습니다. 아마존은 인터넷 서점으로 출발해 닷컴버블 당시 폭발적인 주가상승을 보여줍니다. 1998년 4월 아마존의 주가는 7달러였는데, 불과 1년 뒤인 1999년 4월 당시의 주가는 105달러에 달합니다. 지금의 줌과 펠로톤이 얌전해 보일 정도의 폭등입니다.

당시에도 아마존 주식이 과대평가됐다는 비판은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아마존은 이후 조금씩 사업 영역을 넓혀나가, 오늘날에는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49%를 차지하는 유통업 공룡으로 자라났습니다. 줌과 펠로톤의 현 주가가 당장 1년 뒤를 본다면 과대평가됐을지라도, 이들의 장기적인 사업 계획을 주목한다면 투자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