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26일 세월호 급변침 원인으로 지목된 유압조절장치(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현상을 실증 실험하고 연관성이 낮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솔레노이드 밸브는 유압을 조절해 선박의 방향타(러더)를 움직이는 장치다.
조타수가 핸들(조타기)을 움직이면 전기 신호를 통해 이 밸브가 열리면서 유압이 흘러가 방향타를 움직이는 방식이다.
조타기 신호만큼 방향타가 움직인 뒤에는 이 밸브가 닫혀 유압을 차단한다.
세월호엔 솔레노이드 밸브로 작동하는 2대의 조타 장치가 설치돼 있었는데, 이 가운데 1대의 조타 장치에서 솔레노이드 밸브가 닫히지 않는 고착화 현상이 확인됐다.
이 경우 방향타를 움직이는 유압이 멈추지 않아 방향타는 결국 최대 각도까지 돌아가게 된다.
세월호가 사고 당시 오른쪽으로 급회전한 건 고착된 상태로 발견된 솔레노이드 밸브로 인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세월호의 급격한 우회전으로 인해 부실하게 묶여있는 과적된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게 되고, 무리한 증·개축으로 복원력이 감소하면서 침몰하게 됐다는 게 '내인설'의 골자다.
이에 따라 사참위는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화 현상이 세월호의 오른쪽 급회전과 연관성이 있는지 조타장치 시험모형을 만들어 실증 실험했다.
만족해야 하는 조건은 2가지였다.
솔레노이드 밸브가 오른쪽으로 고착된 상태에서 방향타가 최대 각도까지 돌아가는지, 그 이후 방향타가 다시 왼쪽 8도까지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경우를 찾아봤다.
당시 세월호는 오른쪽으로 급선회한 뒤 왼쪽으로 넘어졌는데 이후 촬영된 구조 영상에서 수면 밖으로 드러난 세월호의 방향타가 왼쪽 8도로 돌아가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다양한 경우의 수 가운데 조타 장치 1개로 운항했을 경우 고착 현상으로 인한 오른쪽 급변침은 쉽게 실증이 가능했다.
그러나 그 이후 방향타가 왼쪽 8도로 돌아가려면 반드시 선원들이 고장 난 조타 장치를 끄고 남아있는 다른 조타 장치를 작동시키는 '긴급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게 사참위의 결론이었다
사참위는 최근까지 이준석 선장 등 선원들을 상대로 긴급 조치가 있었는지 심층 조사했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긴급 조치는 없었다고 밝혔다.
사참위 관계자는 "긴급조치를 했다는 진술은 이들에게도 유리한 진술"이라며 "그런데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어 그 신빙성을 의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세월호 조타 장치 2개를 모두 사용해 운항했을 경우다.
조타수가 조타기를 오른쪽 최대 각도(우현 전타)로 돌리고 다시 왼쪽 8도까지 돌리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화 현상과 상관없이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사참위의 설명이다.
일각에선 조타 장치 2개를 모두 사용해 운항하다 1개의 솔레노이드 밸브가 고장 나면 조타수가 조타기를 조작하지 않더라도 방향타가 최대 각도로 돌아가게 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험 결과 1개가 고장이 나더라도 정상 작동하는 조타 장치의 역할로 방향타는 최대 각도로 돌아가지 않았다.
결국 사참위는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화 현상 때문에 세월호가 급격한 우회전을 했을 가능성은 작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고장 난 조타 장치의 고착 시점이나 선원들의 우현 전타 여부, 긴급 조치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추가 조사한 뒤 최종 결과에 반영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