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10년 만에 잇따라 원전 재가동에 나서 주목된다. 후쿠이현 다카하마초 의회가 그제 간사이전력 다카하마 원전 1, 2호기 재가동에 동의함에 따라 후쿠이현 지사 및 현의회, 다카하마초장(한국의 읍장 격)의 동의만 받으면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게 된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동안 ‘원전 트라우마’를 겪어왔다. 2013년엔 사고 위험이 높은 노후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기 위해 원자로규제법을 개정, 운전기한을 40년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이랬던 일본이 ‘한 번에 한해 운전기한을 20년까지 늘릴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적용해, 지은 지 45~46년 된 다카하마 1, 2호기를 재가동하려는 것이다. 이번 결정 배경에는 코로나 사태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의도도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원전 가동을 늘리지 않고 재생에너지만으론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0)’ 목표를 달성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는 일본뿐 아니라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이 대부분 인정하는 바다. 중국은 아예 원전을 국가 주력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원전굴기(起)’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48기 원전을 가동 중인 중국은 12기를 건설하고 있고, 40기를 추가로 지을 예정이다. 이달 초 총 12조원을 들여 하이난성 난창에 2기, 저장성 싼아오에 1기를 짓는 사업을 승인하기도 했다.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11%를 원전으로 채워 2060년에는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전략이다.

중국과 일본이 원전 확대로 방향을 잡은 것과 반대로, 한국은 건설 중인 신한울 3, 4호기마저 전력 공급원에서 배제하는 ‘갈라파고스식 탈(脫)원전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이러니 비교가 안 될 수 없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내 탄소중립으로 가는 확실한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거듭 공언한 터다. 여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유동수 의원)까지 “2050년 탄소중립에 도달하려면 원전을 가져가야 한다”고 언급하는 마당에, 원전을 배제하고 목표를 달성할 현실적 대안이 있는지 의문이다.

돌이켜보면 탈원전 강행이 가져온 폐해는 헤아릴 수 없는 지경이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던 원전산업의 기반이 무너져 투자도 일자리도 사라졌다. 세계적 추세와도 맞지 않고, 계속 고집하다간 ‘탄소 제로’ 목표 달성도 불가능해진다. 이런 자해적, 모순적 정책이 세계 어디에 또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