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직무집행 정지’ 조치에 일선 평검사부터 지검장, 고검장까지 1000여 명의 검사가 실명으로 집단성명을 발표한 것은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다. 과거에도 평검사들이 집단을 이뤄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소위 ‘검란(檢亂)’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검찰 조직 전체가 한목소리로 정부 조치에 반대 의견을 낸 것은 유례가 없다.

무엇보다 성명을 낸 검사들이 추 장관의 조치가 검찰 독립과 중립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자 법치주의를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한 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윤석열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한다는 특정 사안에 찬·반 의견을 표출한 것이 아니라 법치를 지킨다는 ‘가치 투쟁’을 표방한 점에서 조직방어 성격의 이전 검란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추 장관의 일방적이고 거친 행동이 오히려 검사들의 법치 훼손 주장에 힘을 싣는다는 점도 눈에 띈다. 추 장관이 내건 언론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이나 채널A 사건 등의 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은 사실관계가 맞지 않거나 검찰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할 만한 사유가 되기 힘들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사찰’이란 프레임을 동원한 ‘재판부 사찰’도 설사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과연 윤 총장이 책임질 일인지는 불분명하다. 관련 절차도 부적절하게 집행됐다는 지적이 많다.

법무부의 잇따른 무리한 행보에 대해 정파적 입장과 관계없이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는 점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성급한 조치’라는 대한변협의 비판을 비롯해 친여 성향 시민단체들마저 “직무집행 정지는 취소돼야 한다”(참여연대)거나 “근거 없는 일방적인 직무 정지로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침해했다”(경실련)는 지적을 쏟아냈다. 그제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추 장관의 조처가 ‘잘못된 일’이라는 응답(56.3%)이 ‘잘한 일’이라는 응답(38.8%)을 압도했다. 급기야는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조차 “문재인 대통령이 과도한 권력분쟁으로 비치는 현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할 지경이 됐다.

이처럼 법률전문가 집단뿐 아니라 좌우를 아우르는 주요 시민단체와 국민 여론이 일제히 부적절한 검찰 길들이기와 법치의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대통령과 추 장관은 더 이상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나라를 혼란으로 몰아넣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