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에 속한 금융회사들을 금융그룹으로 묶어 관리하는 ‘금융그룹통합감독법’ 제정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비금융 계열사가 있는 금융그룹의 부실을 막기 위해선 별도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반면 금융사 감독을 명분으로 대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정치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4일 전체회의에 정부가 제출한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금융그룹법)’ 제정안을 상정했다.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과 함께 정부·여당이 다음달 9일까지인 정기국회 회기 내 통과를 공언한 ‘공정경제 3법’ 중 하나다. 금융그룹은 금융사들로만 구성된 은행계 금융지주가 아니면서 증권 보험 카드 등 금융사를 두 개 이상 운영하는 자산규모 5조원 이상 대기업을 뜻한다. 삼성 현대자동차 한화 미래에셋 교보 DB 등 6개 그룹이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이들 금융그룹의 위험현황과 관리실태를 정기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금융그룹의 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는 자본적정성 비율이 제시됐다. 자본적정성 비율은 그룹 내 금융사 자본합계에서 중복자본을 제한 적격자본을 최소요구자본 및 그룹위험을 반영한 필요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만약 자본적정성 비율이 100%에 미달하거나 위험관리가 부실한 경우 금융그룹은 당국에 자본확충이나 위험자산 매각 등을 담은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계획을 이행하지 않은 금융그룹에 대해 당국은 명칭사용 금지나 각 금융업법에 따른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유럽연합(EU)과 일본, 호주 등 선진국들도 이미 그룹 감독체계를 도입했다”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한다. 이에 대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공정거래법과 개별법을 통해 강력한 저인망식 사전규제가 있는 한국에서 이러한 추가적 조치는 중복·과잉규제라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그룹통합감독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설명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은행 이외에 다른 업종을 포괄하는 복합금융그룹에 대한 감독이나 자본적정성 규제를 권고하지 않았다.

제도 핵심인 자본적정성 평가가 자의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자본적정성 비율의 분모에 그룹위험을 포함시켰다. 그룹위험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산정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처음엔 느슨하게 산식을 설정했더라도 결국 금융사를 옥죄는 ‘슈퍼규제’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